경기 바닥탈출 회복기 진입했나…경상수지 흑자 31억달러

  • 입력 2004년 3월 30일 18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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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출 호조에 힘입어 생산과 소비, 투자 등 실물경기 지표들이 전반적으로 두드러진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2월 산업생산은 3년6개월 만에 가장 큰 증가세를 나타냈으며 공장가동률은 16년4개월 만에 최고치를 보였다. 또 지난달 경상수지는 5년2개월 만에 가장 많은 흑자를 나타냈다.

하지만 지난달 경기 지표의 개선은 조업일수 증가 등에 따른 ‘착시(錯視) 효과’도 적지 않다. 이 때문에 본격적인 경기회복이라고 속단하기에는 이르다는 분석이 많다.

▽실물 경기 지표 회복세=통계청이 30일 발표한 ‘2월 산업활동 동향’에 따르면 2월 중 산업생산은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 16.6%나 늘어 2000년 8월(22.2%) 이후 증가율이 가장 높았다.

작년 7월부터 감소세를 이어가던 설비투자는 2.1% 늘면서 8개월 만에 증가세로 돌아섰다.

제조업 평균가동률은 83.5%까지 치솟아 1987년 10월 83.9% 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나타냈다. 이는 수출호조에 따른 산업생산은 늘고 있지만 설비투자는 따라가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명절 특수(特需)가 낀 1월에도 감소세를 보일 만큼 극심한 위축세를 보여 온 민간소비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도소매 판매액은 전년 동월 대비 2.4% 늘어 1년 만에 증가세로 반전됐다.

▽지속되는 수출 호조세=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2월 국제수지 동향’에 따르면 2월의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30억6390만달러로 전월의 23억4370만달러보다 7억2020만달러 늘었다. 2월 경상수지는 1998년 12월(31억6500만달러) 이후 5년2개월 만에 흑자 규모가 가장 컸다.

특히 수출 호조로 상품수지 흑자가 1월의 29억7550만달러에서 2월에는 31억7630만달러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1, 2월 경상수지 흑자는 54억760만달러로 3월의 흑자 예상액 15억달러를 포함하면 1·4분기(1∼3월) 흑자 규모는 70억달러로 전망된다.

▽내수회복을 속단하기에는 일러=경기 지표가 개선되면서 수출 호조→설비투자 증가→고용 확대→민간소비 증가의 경기 선순환 구조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2월의 지표 개선은 과도한 수출 효과와 조업일수 증가에 따른 ‘통계 착시’일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무엇보다도 가계부채와 높은 실업률, 살아나지 않고 있는 기업 투자 등 내수회복의 발목을 잡고 있는 문제들이 해결의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청은 “올 2월 조업일수가 작년 2월보다 하루 늘어난 데다 수출 호조세가 지속되면서 실물 지표가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지만 경기가 본격 회복세로 돌아섰다고 장담할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吳文碩) 상무는 “2월 중 도소매 판매만 해도 1월에 비해서는 0.4% 줄었다”며 “산업생산은 견고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체감경기가 살아나려면 결국 소비와 투자가 본격적인 회복세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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