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퇴출 비상’…올들어 14개사 퇴출

  • 입력 2004년 3월 24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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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코스닥시장에 등록한 주유기용 소형 모터 생산업체인 삼화기연은 이달 말 시장 퇴출이 결정됐다. 지난해 실적 악화와 대주주 등의 횡령 문제 등이 겹치면서 자본잠식 상태에 놓여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을 받은 것.

올해 들어 코스닥시장에서 퇴출 위기에 놓인 등록기업들이 속출하고 있다.

▽무더기 퇴출 공포=24일 코스닥시장에서는 월드텔레콤, 한빛네트, 넷컴스토리지, 인투스 등 4개사가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로 퇴출 결정이 났다.

이에 따라 코스닥시장에서 12월 결산법인의 2003회계연도 사업보고서 제출 시한(30일)을 앞두고 14개사가 회계법인의 감사의견 거절로 퇴출이 결정됐다.

또 46개사(5.5%)가 50% 이상 자본잠식이 된 것으로 확인돼 투자유의 경고를 받았다. 이는 전년 19개사(2.4%)에 비해 두 배 이상 늘어난 수치다.

아이트리플, 모디아, 엔써, 써미트, 일륭텔레시스 등 자본금을 전액 까먹은 5개사는 사업보고서 법정제출시한까지 자구책을 내놓지 못하면 자동 퇴출된다. 지난해 자본잠식률이 50% 이상인 현대멀티캡도 올해 자본 잠식을 벗어나지 못할 경우 등록 취소가 불가피하다.

감사종료 보고서 제출기한(23일)을 넘긴 기업들도 적지 않다. 24일 현재 코스닥 등록기업 19개사, 거래소 상장기업 9개사의 회계법인이 금융감독원에 감사종료 보고서를 내지 않았다.

이들 기업 중 대흥멀티통신, 대백쇼핑, 해원에스티, 무한투자, 트래픽ITS, 시그엔 등 6개 코스닥 등록기업의 주가는 이날 하한가까지 떨어지며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옥석 가리기 시동=퇴출 위기에 놓인 기업들이 자구책 마련에 나서고 있지만 시장 침체로 이마저 쉽지 않은 상황. 전액 자본잠식이 확인된 엠바이엔은 자구책으로 준비한 유상증자 실패로 퇴출이 결정됐다.

일부 기업들은 사업 목적까지 바꾸고 있다. 전액 자본잠식 등에 대한 조회 공시를 요구받은 비젼텔레콤은 횡령 등으로 고소된 대주주 대신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하고 있다. 사업목적도 통신 이외에 패션 화장품으로 추가 변경할 계획이다.

이 같은 등록기업의 퇴출 위기는 경영권 다툼이나 내부 임직원 등의 ‘도덕적 해이’ 등이 주요 원인이라는 분석이다.

지난해 코스닥시장에서 퇴출된 32개사 중 최대주주 또는 대표이사가 바뀐 기업은 22개사였고, 3회 이상 바뀐 기업은 7개나 됐다. 최대주주, 임직원 등의 금전 거래가 발견된 기업도 18개사나 됐다.

퇴출이 결정된 한 등록기업 관계자는 “회사를 새로 인수한 대주주와 대표이사가 짜고 연 매출액보다 많은 회사돈을 빼돌려 회사 경영사정이 악화됐다”며 “작은 기업일수록 의사결정 과정이 폐쇄적이어서 대주주의 횡령 사실 등을 파악하기 어려운 게 문제”라고 털어놨다.

코스닥시장 관계자는 “퇴출 기준이 강화되고 회계법인의 회계감사가 엄격해지면서 등록기업의 ‘옥석 가리기’가 빠르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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