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장품업계 매출부진 모델 대거 교체 …“스타 덕 좀 볼까”

  • 입력 2004년 3월 22일 18시 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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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니콜 키드먼(왼쪽)은 올 가을부터 ‘샤넬 넘버5’ 향수의 광고 모델로 활동하게 된다. 샤넬이 할리우드 배우를 모델을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 LG생활건강 ‘헤르시나’가 모델로 기용한 ‘파충류 소녀’ 김디에나(오른쪽). 신세대들은 차세대 광고모델 1위로 김디에나를 꼽았다. 사진제공 샤넬유한회사 LG생활건강
영화배우 니콜 키드먼(왼쪽)은 올 가을부터 ‘샤넬 넘버5’ 향수의 광고 모델로 활동하게 된다. 샤넬이 할리우드 배우를 모델을 내세운 것은 이번이 처음. LG생활건강 ‘헤르시나’가 모델로 기용한 ‘파충류 소녀’ 김디에나(오른쪽). 신세대들은 차세대 광고모델 1위로 김디에나를 꼽았다. 사진제공 샤넬유한회사 LG생활건강
LG생활건강이 최근 ‘라끄베르’의 모델인 한은정을 고소영으로 교체했다. 화장품 브랜드 ‘보브’도 이달 초부터 광고 모델인 임은경 대신 인형 블라이스를 모델로 내세우고 있다.

한은정과 임은경의 모델 계약기간은 아직 만료되지 않은 상태.

한편 태평양도 최근 톱스타 4명을 모델로 한꺼번에 기용해 브랜드별 ‘듀얼 모델’로 활용하겠다고 나섰다.

최근 국내외 주요 화장품 브랜드를 대표하는 모델, ‘그녀’들의 얼굴이 대거 교체되고 있다. 그 속사정은 무엇일까.

▽흥행 보증수표가 필요하다=광고계에서 한은정과 임은경의 교체는 ‘퇴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두 연예인은 최근 활동 상황이 저조해 무엇보다 스타의 인기도에 따른 스타마케팅에 의존하는 국내 화장품 광고 모델의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것.

한은정은 화장품 모델치고는 지나치게 섹시해, 또 임은경은 색조 화장이 어색할 정도로 지나치게 소녀 인상이 강해 화장품 모델로 부적합하다고 보는 시각도 있다.

LG생활건강은 최근 ‘헤르시나’ 브랜드의 모델로 한 방송 프로그램을 통해 ‘파충류 소녀’로 잘 알려진 17세 소녀 김디에나를 기용하기도 했다.

그는 신인이지만 신세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차세대 광고 모델 1위로 꼽히는 등 이미 ‘검증’을 거쳤다는 설명이다.

이달 초부터 ‘보브’ 모델로 나선 블라이스 인형은 키 29cm 가운데 얼굴 길이가 11cm를 차지하는 독특한 외모와 패션 감각으로 10대와 20대 여성들 사이에 인기를 모으고 있는 제품.

특히 사진이 잘 받아 디지털카메라와 ‘얼짱’ 문화에 익숙한 신세대 감성에 잘 맞는 데다 독특한 소재여서 화제가 된다는 것이 이 회사측의 설명이다.

태평양이 최근 5년간 ‘라네즈’ 모델로 활동한 이나영과 함께 전지현을, 7년간 ‘아이오페’ 모델로 활동해 온 전인화와 함께 이영애를 각각 ‘더블 캐스팅’한 이유도 흥행에 주력하자는 의미다.

태평양측은 또 탤런트 조인성과 하지원을 헤어 케어 브랜드 미장센의 모델로 기용하기로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톱스타 4명을 한꺼번에 기용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라고 말했다.

▽불황의 늪에서 탈출하자=화장품 브랜드들이 흥행이 보증된 톱스타 모델을 적극 기용하고 나선 데는 판매 부진을 만회하려는 뜻이 담겨 있다.

태평양 김효정 대리는 “외환위기 이후 처음으로 지난해 국내 화장품시장이 4∼5% 마이너스 성장을 했던 만큼 광고 효과에 기대게 된 것”이라며 “톱스타를 통해 눈길을 끌어달라는 화장품 전문점들의 요구가 많았다”고 말했다.

보브 화장품 관계자도 “특히 경기에 민감한 색조 화장품은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데다 화장품시장 안에 초저가 시장이 형성되면서 중저가 브랜드의 경우 독특한 광고에 기대는 전략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해외에서도=국내와 사정이 다르기는 하지만 해외 화장품 브랜드, 그 가운데 고급 향수 업계에서도 최근 수년 만에 모델을 교체하는 붐이 일고 있다.

전통적으로 프랑스 배우 또는 무명 모델을 광고 모델로 써 왔던 샤넬은 처음으로 할리우드 배우인 니콜 키드먼을 ‘샤넬 넘버 5’ 향수 모델로 기용했다.

크리스티앙 디오르의 향수 ‘자도르’도 슈퍼 모델 반열에 오른 카르멘 카스를 5년 만에 교체했다.

새 광고 모델은 신인인 티유. 이 회사는 무명 모델을 유명인으로 키우며 눈길을 끄는 광고전략을 구사하는 셈이다.

김현진기자 brigh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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