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결정의 무게 중심이 ‘주주가치 증대’와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가운데 어느 쪽에 있느냐가 관심의 초점이다.
현대차는 12일 주식시장이 마감된 직후 이달 15일부터 6월 15일까지 장내에서 132만주(0.6%)를 사들여 소각하겠다고 밝혔다. 12일 종가기준 주식 매입비용은 약 661억원.
시장에서는 주식을 소각하면 주당 순이익이 높아져 주가가 오르기 때문에 주주가치 증대를 위해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현대차는 최근 몇 년 동안 사상 최대 규모의 순이익을 내고도 배당이나 주식 소각 등에는 소홀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삼성증권 김학주 애널리스트는 “2003년 배당성향(순이익 가운데 배당이 차지하는 비율)이 16.3%로 거래소 상장 기업의 평균에 크게 못 미친다”며 “현대차의 주가 할인 요인을 없애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2대 주주인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경영권 다툼을 의식한 것이란 해석도 있다.
주식 소각 이후 정몽구 회장의 우호 지분은 27.99%에서 28.15%로 0.16%포인트, 2대 주주인 다임러크라이슬러의 지분은 10.44%에서 10.49%로 0.05%포인트 높아진다.
우리증권 박성진 애널리스트는 “다임러측은 현대차와 체결한 계약에 따라 15%까지만 지분을 늘릴 수 있어 주식 소각에 따른 혜택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UBS증권 장영우 전무는 “현대차의 주식 소각은 대주주의 지분을 끌어올리기 위한 조치”라며 “튼튼한 현금 흐름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주식 소각에 나설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말 현대차의 현금성 자산은 현금과 예금 1조4430억원을 비롯해 5조440억원에 이른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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