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빼미 공시’ 주의보…부정적 내용 장 끝난뒤 슬쩍 발표

  • 입력 2004년 3월 10일 18시 0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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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악화 등 부정적인 내용을 저녁 늦게 슬쩍 공시하는 ‘올빼미 공시’가 늘고 있어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10일 증권거래소에 따르면 장이 끝난 뒤 투자자들의 눈을 피해 악재를 공시한 기업 수는 9일에만 모두 11개사에 달했다. 이들 기업 상당수는 10일 하한가로 급락했다.

싸이버텍은 전날 공시 마감 시간인 오후 9시 직전에 “적자가 지속되고 있으며 2003년 순손실이 185억원에 달한다”고 공시했다. 코스닥 등록기업인 아이엠아이티와 대흥멀티통신과 상장기업 부흥도 비슷한 시간에 10 대 1의 감자(減資)를 금융감독원 공시 사이트를 통해 밝혔다.

이들 네 개 회사의 주가는 이날 오전부터 가격제한폭까지 떨어졌다.

반도체 장비업체인 씨모스는 전날 오후 감사의견 거절에 대한 조회공시를 요구받고 거래소의 매매거래 정지 결정이 내려진 뒤에야 감사보고서를 제출했다. 씨모스는 감사의견 거절이 확인돼 코스닥 등록 취소가 결정된 상태. 15일부터 7일간의 정리매매 기간을 거쳐 24일 코스닥 등록이 취소된다.

생활용품으로 쓰이는 플라스틱 제조업체 제이엠피 역시 ‘올빼미 공시’의 여파로 이날 8% 이상 하락했다. 공시 내용은 작년 41억8000만원의 순손실을 내 적자폭이 419% 증가했다는 것.

이밖에 한솔텔레콤 로토토 크로바하이텍 등도 작년 실적의 순손실 내용을 오후 7시 이후에 공시했다.

이런 행태는 3월말 연간사업보고서 제출 마감을 앞두고 부정적인 뉴스의 주가 영향력이 높아지면서 부쩍 늘어났다. 장밋빛 실적 전망이나 투자 계획 등을 장중에 공시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동원증권 방원석 연구원은 “실적 공시 등 주요한 공시는 장중에 발표하도록 제도를 마련해 투자자들에게 공정하게 정보를 제공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증시 전문가들은 “기업 실적을 꼼꼼히 분석해 선별투자하는 게 뒤늦은 악재 공시의 여파를 피해 나가는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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