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대기업 공장 ‘중국서 U턴’…핵심기술 유출 부작용 때문

  • 입력 2004년 3월 7일 18시 5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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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동남아 등 해외로만 치닫던 일본 대기업들이 최근 들어 일본 내 생산라인을 증설하거나 대규모 공장을 새로 짓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인건비가 싸다는 이유로 무작정 해외로 나가는 것보다는 국내의 연구개발(R&D) 거점과 생산 기능을 연계하는 게 일본 제조업의 강점인 기술력을 살리는 데 유리하다고 판단한 것.

일본 언론은 이 같은 ‘공장 U턴’이 제조업 공동화(空洞化)의 고민을 해결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경기회복으로 공장 건립 붐=일본 내 공장 건립에 가장 적극적인 업종은 중국 특수(特需)와 디지털 경기에 힘입어 좋은 실적을 올리고 있는 전자분야.

샤프는 지난해 말 액정표시장치에서 디지털TV까지 일관생산이 가능한 공장을 중부의 미에(三重)현에 완공한 데 이어 올해에도 태양전지와 액정표시장치의 생산라인을 확충하기로 했다.

반도체 전문업체인 NEC일렉트로닉스도 올해 설비투자액으로 책정한 1000억엔(약 1조원) 중 대부분을 국내 공장의 생산능력을 늘리는 데 집중할 계획. 휴대전화용 반도체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점을 감안해 동북부 야마가타(山形)현 공장의 증설에 나서기로 했다.

디지털가전에서 소니를 제치고 선두에 오른 마쓰시타전기는 오사카(大阪) 부근에 플라스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공장을 착공할 방침. 산요전기는 태양전지, 후지필름은 액정용필름 공장을 새로 지을 계획이며 도시바는 플래시메모리 공장을 증설하기로 했다.

미쓰비시 중공업은 설비투자 증가세에 맞춰 공작기계의 생산능력을 두 배 이상 늘리는 한편 조선공장의 선박제조능력도 대폭 확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에 대한 경계감 작용=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살아나면서 지난해 4·4분기(10∼12월) 일본의 설비투자는 전분기보다 5.1% 늘었다.

특히 올 1월 내수용 공작기계 수주액이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9% 증가하는 등 공장건립 관련 업종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이들 업체는 발주자측에서 조기 완공을 재촉해 잔업을 해도 공기(工期)를 맞추기 힘든 실정이라고 말한다.

1990년대 후반 일본 제조업계에서는 ‘연구개발은 일본에서, 생산은 중국에서’라는 말이 유행했다. 그러나 일본 내 생산에 주력한 캐논이 미국 유럽 등 선진국 시장에서 ‘메이드인저팬’ 상표로 재미를 보자 국내설비 확충에 관심을 갖는 기업이 늘어났다.

전문가들은 “생산설비 자동화에 따라 공장을 소수의 인력만으로 가동할 수 있어 인건비 부담이 줄어든 데다 핵심기술이 중국 등 경쟁국에 유출되는데 대한 경계심리도 작용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 건설기계업체 사장은 “신경이 쓰이는 곳(중국)에 기술을 넘겨줘서는 안 된다”며 “돈이 좀 더 들어도 가급적 일본에 공장을 짓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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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박원재특파원 parkw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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