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쇼핑 횡포 심하다…허위과장 광고 소비자 피해 늘어

  • 입력 2004년 3월 2일 17시 59분


회사원 최모씨(37)는 얼마 전 TV 홈쇼핑 업체인 A사에서 스팀 청소기를 구입했다.

최씨는 며칠 후 집으로 배달된 청소기가 TV에서 보던 것과 달리 사용이 불편해 반품하려고 A사에 전화를 걸었다. 구입할 당시 “마음에 안 들면 한 달 이내에 100% 환불이 보장된다”고 했기 때문.

하지만 A사는 포장을 풀고 제품을 사용해 봤기 때문에 환불이 안 된다고 했다. 최씨가 “100% 환불이 된다고 하지 않았느냐”고 따지자 “제품을 사용하지 않았을 때 얘기”라는 ‘황당한 답변’만 돌아왔다.

주부 황모씨(29)도 B홈쇼핑에서 간장게장을 샀다가 비슷한 일을 겪었다. 방송에서는 2kg이라고 했는데 배달된 제품을 보니 게가 3마리밖에 들어 있지 않았다. 황씨가 전화를 걸어 항의했더니 B사 직원은 “간장까지 포함해서 2kg”이라고 대답하는 것이었다.

이 같은 TV 홈쇼핑의 허위 과장광고에 대해 공정거래위원회가 강도 높은 직권조사에 나선다. 최근 공정위가 ‘대기업 때려잡기’라는 부정적 이미지에서 벗어나 ‘소비자 보호’와 ‘정부규제 완화’에 관심을 높이고 있는 흐름과 무관하지 않다.

▽공정위, 22개 홈쇼핑 업체 조사=강대형(姜大衡) 공정위 사무처장은 2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가진 정례 브리핑에서 “홈쇼핑 업체들의 허위 과장광고로 피해를 보는 소비자들이 많아 8일부터 다음달 4일까지 4주간에 걸쳐 직권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조사 대상은 LG, CJ, 현대, 우리, 농수산방송 등 5개 홈쇼핑 TV와 유선방송의 광고시간을 빌려 영업하는 17개 유사 홈쇼핑 등 총 22개 업체다.

공정위가 TV 홈쇼핑의 부당한 광고에 대해 직권조사를 벌이기로 한 것은 이로 인한 소비자 피해가 위험수위에 이르렀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TV 홈쇼핑 시장 규모가 1999년 9040억원에서 지난해 4조1060억원으로 급증하면서 허위 과장광고로 인한 소비자의 피해도 크게 늘고 있다. 소비자들은 TV 홈쇼핑의 광고방송만을 믿고 제품을 구입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소비자보호원이 지난해 말 37개 홈쇼핑 제품 광고를 분석한 결과 43%(16개)가 허위 또는 과장광고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무엇을 조사하나=공정위는 이번 조사에서 △객관적 근거 없이 효과를 과장하는 건강 다이어트 미용 관련 상품 △제품을 사용해 보지도 않은 탤런트 등을 내세워 효과를 광고하는 추천 보증광고 △근거 없이 ‘특허’, ‘미국 식품의약국(FDA) 인증’ 등을 내세우는 광고 등을 집중 조사할 방침이다.

또 할인행사가 아니면서도 판매가격을 ‘파격가’, ‘할인가’, ‘행사가’ 등으로 표현하는 가격표시 관련 광고도 조사 대상이다.

공정위는 특히 홈쇼핑 제품 광고에 출연하는 탤런트 등을 상대로 제품을 직접 사용해보고 추천했는지를 일일이 파악할 계획이다. 강 사무처장은 “소비자보호원과 소비자단체 등이 녹화해 둔 문제 광고들을 넘겨받았고 자체적으로도 사전조사를 벌였기 때문에 이미 증거는 확보돼 있다”며 “법 위반 정도에 따라 시정명령 외에 과징금 등의 처분으로 제재할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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