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상품, 소모품 “싼 걸로” 먹을거리 “좋은 걸로”

  • 입력 2004년 2월 11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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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무농약 저농약 등으로 재배된 친환경 야채는 불황기에도 잘 팔리는 품목이다. 한 주부가 청정건강야채 코너에서 야채를 고르고 있다. 사진제공 이마트
유기농 무농약 저농약 등으로 재배된 친환경 야채는 불황기에도 잘 팔리는 품목이다. 한 주부가 청정건강야채 코너에서 야채를 고르고 있다. 사진제공 이마트
《10일 오후 5시 서울 은평구에 있는 할인점 이마트는 저녁거리를 준비하는 주부들로 북적거렸다. 할인행사를 알리는 안내방송이 끊임없이 흘러나왔다. 태양초 고추장 3kg짜리를 사면 450g짜리 쌈장과 고추장 각 1개, 반찬통 등을 끼워준다. 제품 하나에 3개의 경품을 주는 것은 최근의 경기불황이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주는 것이다. 불황기에도 수요가 그다지 줄지 않는 것이 생활필수품이다. 그런 생필품 가운데서도 뜨고 지는 상품이 있다. 요즘 소비자들은 어떤 물건을 사기 위해 지갑을 열까.》

▽싼 소모품과 세제가 인기=어린 두 자녀를 데리고 쇼핑을 나온 이혜숙씨(29)는 기저귀 매장 앞에서 한동안 망설였다.

그는 “18개월짜리 아이가 이미 대소변을 가려 팬티형보다 훨씬 싼 일자형 기저귀로 바꿀까 고민 중이다”고 말했다.

실제로 P&G에서 나온 팬티형 기저귀는 장당 300원꼴이지만 일자형은 105원이다. 판매사원 정지숙씨는 “요즘 들어 집에서는 일자형을, 외출 때는 팬티형을 채우는 주부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화장지 매장에서는 이마트의 자체브랜드(PB) 상품이 인기였다.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가장 많이 팔린 상품을 뽑은 결과 화장지 PB상품이 1위였다.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0% 증가한 것. 안내판에는 10m당 가격이 적혀 있는데 PB제품은 57원, 다른 브랜드 제품은 76∼116원이었다.

새 옷을 사지 않는 사람들이 늘면서 세제도 인기상품이 됐다.

주부 차인숙씨(48)는 “계절에 몇 벌씩 사던 옷을 요즘은 별로 안 산다”며 “그러다보니 세제와 섬유유연제를 자주 구입한다”고 말했다.

이마트와 롯데마트가 뽑은 5대 상품에는 농축세제, 드럼세탁기 전용세제 등이 포함됐다. 홈플러스에서는 세탁조를 청소해 주는 세탁조 클리너가 인기다.

저가형 전동칫솔의 신장세도 눈에 띈다. 칫솔질이 쉬운 데다 가격도 1만원 안팎이다 보니 이마트와 롯데마트, 홈플러스에서 모두 5위권 안에 들었다.

▽식생활은 고급으로=탄산음료와 과일음료가 진열된 음료매장 앞에서 5분 정도 지켜보니 6명이 음료수를 빼들었다. 1명은 오렌지주스를 사고 나머지 5명은 제주감귤 음료를 택했다. 이들은 대부분 가격표를 유심히 보고 제주감귤 중에서도 값이 상대적으로 싼 제품을 골랐다. 1.5L들이 사이다는 870원, 콜라는 940원으로 과일 음료값의 절반에 불과했지만 누구도 손을 대지 않았다.

“아기가 있어 탄산음료는 안 마셔요. 건강을 생각하면 국내산 원료를 쓴 제주감귤이 좋잖아요.”(주부 정원주씨)

지하 1층 야채코너에서 보니 유기농이나 농약을 안 치고 재배한 친환경 야채는 일반 야채값의 갑절이나 됐지만 잘 팔렸다.

저녁에 부모와 함께 돼지고기구이를 해 먹을 예정이라는 직장인 채경임씨(28)는 “먹을거리는 비싸더라도 건강에 좋은 것을 산다. 대신 외식을 줄이고 옷을 거의 사지 않는 식으로 지출을 줄이고 있다”며 친환경 쌈야채를 구입했다.

롯데마트에서는 최근 3개월 동안 오이 호박 토마토 등 유기농야채가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29.3%나 많이 팔렸다. 이마트에서는 유기농산물과 기능성 계란이, 홈플러스에서는 즉석 도정쌀과 친환경 채소, 굴비 등이 인기품목으로 떠올랐다.


하임숙기자 arteme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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