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수 침체속 물가 급등세…원가 상승시 스태크플레이션 우려

  • 입력 2004년 2월 2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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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수경기 침체가 길어지는 가운데 휘발유, 농축수산물 가격이 크게 뛰는 등 물가불안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해 후반 이후 잠잠했던 부동산 가격도 개발지역의 땅값을 중심으로 다시 꿈틀거리고 있다.

이에 따라 경기위축 속에 물가는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1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1월의 소비자물가는 설 명절과 광우병 파동으로 농축수산물과 석유제품 가격이 뛰면서 한 달 전인 지난해 12월보다 0.6% 올랐다. 또 1년 전인 지난해 1월에 비해서는 3.4%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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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일상생활과 밀접한 품목으로 구성된 생활물가지수는 전월 대비 0.9%, 전년 동월 대비 4.3% 올라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體感)물가’ 상승률은 더 높았다.

이와 함께 전체 물가에 미치는 영향이 큰 휘발유 가격은 지난해 10월 중순 이후 16주째 오름세를 이어가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국제 원자재가격 상승이 소비자물가에 반영되는 시간 차를 감안하면 3∼5월에는 소비자물가가 큰 폭으로 뛸 것이란 우려도 적지 않다.

앞으로 물가 전망도 밝지 않다. 박승(朴昇) 한국은행 총재는 이날 “올 하반기에 들어가면 물가상승 압력이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돼 인플레이션 압력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물가는 껑충 뛰는 반면 내수 경기는 좀처럼 살아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1월 자동차 내수 판매는 지난해 1월에 비해 40% 가까이 줄었다. 국내 완성차 5개사의 1월 내수판매 합계는 7만5794대로 지난해 1월보다 39.4%나 급감하면서 1999년 2월 이후 4년11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지난해 12월 ‘반짝 상승’한 주요 백화점 매출은 올 1월 들어 다시 감소세로 돌아섰다. 롯데백화점의 1월 매출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6.1%, 현대백화점은 9%, 신세계는 8.4% 정도 감소했다.

지난해에 전년보다 10% 정도 매출이 줄어든 위스키업계의 매출은 최근 내수 부진과 ‘접대비 실명제’ 등의 영향으로 작년 같은 기간보다 20∼30% 정도 감소했다.

LG경제연구원 오문석(吳文碩) 상무는 “최근 경기침체 속에서도 물가가 오르는 것은 원유(原油)가격, 환율 등 공급요인 때문”이라며 “올해 물가는 정부가 장담하는 3%대를 지키기는 어렵고 원자재 가격이 더 오르면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박 용기자 park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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