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이어 국세청까지…” 재계, 세무조사 소식에 충격

  • 입력 2004년 1월 9일 18시 4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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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섭(李庸燮) 국세청장이 불법 대선자금 제공기업에 대해 ‘예외 없는’ 세무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재계는 검찰 수사에 이어 설상가상(雪上加霜)의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이다.

국세청은 일단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등 불법 정치자금 제공사실이 드러난 4대 그룹을 타깃으로 삼고 있지만 검찰 수사 진행 상황에 따라 세무조사 대상이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본보의 첫 보도가 나간 9일 밤 국세청이 이런 사실을 부인하고 나섬에 따라 세무조사 착수시기가 다소 늦춰질 것으로 보인다.

▽검찰 이어 국세청도 사정 대열에=국세청은 삼성 등 대기업들이 비자금을 조성하는 과정에서 분식회계를 했는지를 가릴 방침이다.

회계조작과 탈세 여부를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는 것이다. 검찰 수사 결과를 토대로 국세청이 비자금 조성 경위와 탈루 행위를 조사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라는 게 국세청의 설명이다. 따라서 국세청은 검찰 수사가 끝나는 대로 자료를 넘겨받아 세무조사를 벌일 것으로 보인다. 이런 일정이라면 이달 말경 세무조사에 나설 수도 있다. 이들 대기업에 대한 조사는 통상적인 정기 법인세 조사가 아닌 심층조사 형태가 유력하다.

이 청장은 “삼성도 포함되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예외 없이 하겠다”고 강조했다. 대선자금을 제공한 기업에 대한 전방위 세무조사가 강도 높게 이뤄질 것임을 시사하는 대목이다.

▽형평성 논란 예상=검찰수사 결과 삼성 LG SK 현대자동차 등 4대 그룹의 불법 정치자금은 모두 502억원. 이 돈은 2002년 대선 때 모두 한나라당으로 흘러 들어갔다. 국세청의 세무조사도 결과적으로 한나라당에 불법자금을 제공한 주요 대기업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국세청 조사가 정치적인 의도가 있는 게 아니냐는 논란도 예상된다. 이에 대해 사정 당국의 고위 관계자는 “검찰에서 불법 정치자금 제공 혐의가 드러난 기업은 당연히 국세청으로 통보되고 국세청은 탈루 혐의가 드러나는 기업을 다시 검찰에 고발하는 게 관례”라면서 “다만 그동안 이런 절차가 비밀리에 진행됐기 때문에 외견상으로 드러나지 않았던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검찰과 국세청의 공조가 이상할 게 없다는 설명이다.

▽세무조사 어떻게 이뤄질까=국세청은 첫 보도가 나간 직후 파문이 커지자 “비자금 제공기업에 대해 조사계획이 없다”고 일단 부인했다. 이는 검찰 수사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국세청까지 거들고 나설 경우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장 국가 신인도에도 나쁜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재계의 반발 또한 부담 요인이다.

이와 관련해 사정 당국의 관계자는 “검찰과 국세청간에는 ‘비밀유지 의무’가 있어 공개해선 안 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국세청 조사가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다소 불투명해 보인다. 여론의 흐름을 보아 가면서 조사 시기와 범위를 재조정할 가능성이 높다.

최영해기자 yhchoi65@donga.com

송진흡기자 jinhu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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