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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4년 1월 8일 18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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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초 추가 부담금 지원에 난색을 보였던 LG그룹이 8일 밤 태도를 바꿔 “최대한 협조하겠다”며 정부와 협상 테이블에 다시 앉음으로써 9일 최종 타결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LG그룹뿐만 아니라 일부 채권은행과 산업은행의 반발이 새로 불거져 나와 여전히 결과를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LG카드는 지난해 말에 이어 다시 현금서비스를 전면 중단했다. 극적인 막판 타협 없이는 부도와 법정관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셈이다.
▽‘부도 살얼음판’을 걷는 LG카드=LG카드는 8일 돌아온 5500억원의 자금을 채권단의 도움으로 하루 연장해 간신히 1차 부도 위기를 넘겼다.
LG카드는 9일에도 2865억원의 자금을 새로 갚아야 한다. 당장 필요한 돈이 7000억원이 넘는다. 하지만 자금이 거의 바닥이 나 빚을 갚는 것은 물론 카드사 고유 업무인 현금서비스 업무까지 완전 중단해야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LG카드의 하루 평균 현금서비스 이용액은 600억원가량. 빚 상환과 현금서비스가 제대로 이뤄지기 위해서는 채권단의 신규 자금지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윤용로(尹庸老) 금융감독위원회 감독정책1국장은 “채권단 협조로 1차 부도를 최대한 늦출 수 있는 시한은 12일(월요일)”이라며 “하지만 현금서비스가 이틀 연속 중단될 경우 LG카드에 치명적이기 때문에 9일 중에는 합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협상 테이블에 앉은 LG그룹=정부는 어떻게든 LG그룹의 추가 자금 지원을 끌어내기 위해 8일 오후 타협안을 제시했다.
채권단이 5조6000억원의 자금 지원을 끝낸 뒤에도 LG카드의 추가 부실로 자금이 필요할 경우 LG그룹의 추가 부담 한도를 3750억원으로 제시한 것이다. 이는 최악의 경우 추가 유동성 지원규모를 5000억원으로 보고 LG그룹이 75%를 책임져야 한다는 의미다.
LG그룹과 협상을 벌이고 있는 변양호(邊陽浩) 재정경제부 금융정책국장은 “협상을 낙관하기는 다소 이르다”며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정상국(鄭相國) LG그룹 부사장은 “정부와 협의를 시작했으며 최대한 협조할 생각”이라고 말해 일단 타협의 가능성을 열어 뒀다.
LG그룹은 8일 오전까지도 강유식(姜庾植) 부회장이 정부 당국자에게 거부 의사를 직접 전달할 정도로 완강하게 반대했으나 정부가 ‘채찍과 당근’을 병행하면서 설득에 나서 협상 테이블로 나왔다.
정부는 “채권단이 모두 5조6500억원의 자금을 지원하겠지만 LG그룹이 LG카드 추가 부실의 75%를 책임지지 않을 경우 자금을 지원할 수 없다”며 압박을 계속했다.
▽막판에 떠오르는 또 다른 변수들=LG그룹과의 협의가 마무리된다 하더라도 변수가 있다. 일부 외국계 은행이 국민은행 주도로 만들어진 정부-채권단의 최종안에 반대하고 있다. 산업은행도 노조의 반발로 이사회를 개최하지 못해 이들의 행보도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윤 국장은 “채권단은 최악의 경우 회생방안에 반대하는 1, 2개 채권은행을 채권단에서 제외하고 LG카드 처리 방안을 추진하는 방안을 논의했다”고 밝혔지만 전체 채권단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여의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적지 않다.
박현진기자 witness@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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