産銀, LG카드 단독인수 유력…하나-우리銀 위험부담 커 난색

  • 입력 2003년 12월 19일 18시 2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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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은행이 매각대상으로 떠오른 LG카드를 일단 단독 인수하는 방안이 유력해지고 있다. 그동안 LG카드 인수 후보로 거론됐던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이 인수에 나서기가 어려울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하나은행 김승유(金勝猷) 행장은 19일 본보 기자와의 전화통화에서 “조건을 크게 바꾼다면 모르지만 현 단계에서는 입찰에 참여할 계획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 하나은행 관계자는 “LG카드의 1개월 이상 연체금액이 7조3000억원에 이르는 반면 대손(貸損)충당금으로 쌓아놓은 돈은 2조원에 불과하다”며 “되레 돈을 얹어줘도 사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우리은행도 인수에 나서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익명을 요구한 우리금융지주 고위관계자는 이날 “우리은행은 현재 우리카드와의 합병을 추진하고 있어 여력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덕훈(李德勳) 우리은행장이 최근 잇달아 인수 가능성을 내비쳤지만 우리은행의 지주회사인 우리금융지주가 강하게 반대할 경우 입찰 참여는 쉽지 않다.

LG투자증권 조병문 애널리스트는 “개별 은행이 나서기에는 리스크가 커 LG카드 인수를 위한 입찰은 산은 단독으로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다만 국책은행인 산은이 전면에 나설 경우 ‘금융 시스템 안정을 위한 선택’이라는 명분은 있지만 간접적인 공적자금 투입 논란이 불거질 가능성이 적지 않다.

한편 산은이 LG카드를 인수한 뒤 다른 은행에 재매각하게 되면 내년 카드업계에는 대규모 지각변동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전업계 카드사들이 속속 은행계로 변신하면서 낮은 조달 금리를 무기로 본격적인 선두경쟁을 벌일 것이기 때문이다.

국민카드가 올 8월 국민은행에 합병된 데 이어 우리카드는 내년 3월까지 우리은행에 합병될 예정이다.

외환카드도 내년 2월까지 외환은행에 합병될 방침이고 신한카드는 조흥은행 카드 부문과 내년 중 합병할 전망이다.

또 삼성카드는 같은 삼성 계열 할부금융사인 삼성캐피탈을 내년 2월 흡수합병해 은행계 카드사에 맞설 방침이다.

카드업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계 카드사들이 전업계 카드사보다 2∼3% 낮은 조달금리를 앞세워 공격적 경영에 나서면서 카드업계 판도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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