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주식회사 경영주권’은 어디로

동아일보 입력 2003-12-17 18:23수정 2009-10-10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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쌍용자동차의 새 주인이 될 우선협상 대상자로 중국의 란싱그룹이 선정됐다. 샴페인을 너무 일찍 터뜨린 한국과 신흥공업국으로 줄기차게 질주해 온 중국의 뒤바뀐 현주소를 새삼 확인하게 된다. ‘동북아 중심국가’를 구호로 외치는 한국과 ‘세계의 공장’을 넘어 세계를 자국의 공장으로 소리 없이 만들어 가는 중국이 극명하게 대비되는 현실이다.

쌍용차까지 외국자본에 매각되면 국내 5대 완성차 회사 가운데 세 곳이 외국계 회사가 된다. 삼성전자 국민은행 포스코 현대차 등의 외국인 지분은 50%를 넘는다. 우리 경제의 동맥에 해당하는 시중은행의 경우는 지분의 37%를 외국인이 갖고 있다. 외국자본의 잠식이 이런 수준인데도 정부가 오히려 부추기는 형국이니 ‘대한민국주식회사의 경영주권’이 남아날지 걱정이다.

한국 경제에 대한 외자의 영향력 확대는 어느 정도까지는 불가피했다. 하지만 문제는 들어오는 외자가 질적으로 불건전하고 양적으로 지나치다는 점이다. 우리에게 진정으로 필요한 외자는 새 일자리를 만들고, 선진기술과 경영기법을 들여오며, 협력과 경쟁을 통해 국내 기업의 발전을 자극하는 자본이다. 그런데도 이런 건전한 투자는 줄어들고, 기존 한국기업을 사들이는 인수합병(M&A) 자본이나 언제 적대적으로 돌변할지 모르는 주식투자자본이 판을 친다.

외국인들이 주요 기업과 은행의 의사결정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나라를 온전한 주권국가라고 할 수는 없다. 자본에 국경은 없을지 몰라도 국적은 있다. 외환위기 때 썰물처럼 빠져나가던 외화가 그 증거다. 정부 각료의 입에서 “이제 자본의 국적을 따질 단계가 아니다”는 발언이 나와서는 곤란하다.

출자총액 규제와 은행 지분 소유제한 등으로 국내 자본의 손발을 꽁꽁 묶어놓는 역차별을 없애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한국은 계속 외국 M&A 자본의 독무대가 될 것이다. 한국자본이 한국 땅에서 외국자본과 공정하게 경쟁할 자격도 없단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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