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盧후보에게 감세얘기 해달라…썬앤문회장, 안희정씨에 요청”

  • 입력 2003년 12월 16일 18시 31분


코멘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안대희·安大熙 검사장)는 16일 썬앤문그룹에 부과된 세금을 줄여 주도록 부당하게 지시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로 손영래(孫永來) 전 국세청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검찰에 따르면 손 전 청장은 썬앤문그룹에 대한 특별세무조사가 끝난 지난해 6월 최소 71억원을 부과해야 한다는 조사 결과를 실무 직원인 서울지방국세청 홍모 과장(구속)에게서 보고받고도 23억원으로 감액하도록 지시한 혐의다.

국세청은 썬앤문그룹에 대한 세무조사 초기인 지난해 3, 4월경 기초 조사를 실시해 170억여원의 세금 추징을 검토한 바 있다.

▼관련기사▼

- 안희정씨 "감세청탁 전화한 사실 없다"
- 민주 '盧 청탁 개입의혹' 공세

검찰은 손 전 청장이 민주당 박모 의원의 청탁을 받고 썬앤문그룹에 대해 세금을 줄여 주도록 부당하게 지시했을 가능성에 비중을 두고 수사하고 있다.

또 검찰은 노무현 대통령의 고교 후배인 썬앤문그룹 문병욱(文丙旭·구속) 회장에게서 “지난해 5, 6월경 썬앤문그룹 세금 감면을 위해 노 후보에게 이야기해 달라고 노 후보의 측근인 안희정(安熙正·구속)씨에게 요청했다”는 진술을 확보하고 이에 대해서도 수사 중이다.

검찰은 조만간 안씨를 불러 △문 회장에게서 이 같은 요청을 받았는지 △이 과정에서 이광재(李光宰) 전 대통령국정상황실장을 통해 전달된 1억원 이외에 추가로 문 회장에게서 돈을 받았는지 △당시 노 후보에게 부탁을 했는지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또 일부 국세청 직원에게서 “손 전 청장이 노 후보에게서 전화 청탁을 받았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는 진술도 확보하고 사실인지 확인하고 있다. 문효남(文孝男) 대검 수사기획관은 “세무 전문가인 손 전 청장이 어떤 배경에서 이처럼 무리한 세금 감액을 지시했는지 수사팀도 의문을 갖고 있다”며 “외부 압력과 함께 손 전 청장의 금품수수 의혹에 대해서도 조사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지난해 대선 당시 한나라당 재정위원장을 지낸 최돈웅(崔燉雄) 의원을 소환해 4대 기업에서 502억원의 불법 대선자금을 모금한 사실을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에게 보고했는지 등을 조사했다.

최 의원은 검찰 조사에서 “이 전 총재로부터 모금을 지시받거나 이 전 총재에게 모금 사실을 보고한 적이 없다”고 진술했다.

최 의원은 검찰 조사를 마치고 귀가하면서 삼성에서 받은 40억원과 관련해 “10억원은 보좌관이 받았고 30억원은 이재현 전 재정국장이 받았기 때문에 나는 잘 모른다”고 말했다.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길진균기자 leon@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