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전문가의 세계 "수백억짜리 빌딩 사고 팔죠"

입력 2003-12-11 18:29수정 2009-10-08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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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이후 빌딩 M&A를 포함해 임대, 건물 관리 등을 전문적으로 컨설팅해주는 부동산 서비스 회사가 늘고 있다. CB 리차드 엘리스(CBRE) 코리아의 박형석 차장이 건물의 자산 가치를 구하는 방법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제공 CBRE
《외환위기 이후 한국의 부동산시장은 외국인 투자자에게 엄청난 수익을 안겨준 노다지였다.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이 내놓은 대형빌딩을 싼값에 샀다가 비싸게 되팔아 평균 30%가 넘는 수익률을 얻었기 때문이다.

이들은 주먹구구식 투기가 판을 치는 한국시장에 나름대로 합리적인 부동산 투자 및 관리 기법을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 이면에는 눈에 잘 보이지 않지만 부동산시장의 주도세력으로 부상하고 있는 유학파 전문가들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은 부동산 투자와 개발, 관리, 사후 매각까지 대부분 업무를 전문적으로 처리하고 있으며 98년 이후 빠른 속도로 영역을 확대하고 있다.

미국계 부동산서비스 회사인 CB 리차드 엘리스(CBRE) 코리아의 박형석 차장(36)이 전하는 부동산 전문가의 세계를 알아본다.》

▽부동산의 A부터 Z까지=박 차장의 업무는 다양하다. 빌딩 M&A 중개부터 부동산 가치평가, 임대 및 임차대행, 건물관리를 포괄한다.

한국의 빌딩을 사들인 외국인 투자자는 모건스탠리 골드만삭스 리만브러더스 등인데 이들의 투자담당 직원은 1, 2명에 불과하다. 사고 싶은 빌딩의 세입자 분석, 미래수익가치, 법적인 권리관계, 세금절약 등 세부업무는 CBRE와 같은 부동산 서비스 회사의 몫이다. CBRE는 푸르덴셜생명이 본사 건물로 서울 강남의 두산중공업 빌딩을 매입할 때 자문사를 맡았고 지금은 빌딩관리업무까지 맡고 있다.

빌딩가격은 누가 세입자로 있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세입자의 재무구조가 튼튼해 월세를 밀리지 않고 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가 평가의 핵심이다. 대형은행이나 외국계 금융회사, 대기업이 입주해 있으면 빌딩가격은 자연스럽게 올라간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박 차장의 평균퇴근시간은 오후 10∼11시다. 물론 대형프로젝트가 걸려있으면 12시를 넘기는 때가 흔하다. 그가 속한 부서에서 빌딩관리 부동산개발 프로젝트관리 등 3가지 일을 동시에 진행하기 때문에 일이 많다고 한다.

현재 푸르덴셜과 KTB네트워크 본사빌딩을 관리하고 외국계 투자자의 용역을 받아 모 은행의 부동산가치평가 작업도 맡고 있다. 은행이 보유한 지점 등 부동산 가격을 정확하게 산정하기 위한 것. 그는 CBRE에서 3, 4년 정도 일한 뒤 부동산개발 사업에 뛰어들겠다는 포부를 갖고 있다. 투자자를 유치해 땅을 사고 빌딩을 지어 분양해 돈을 버는 일이다. 부동산 관련 여러지식이 투입되는 종합예술인 셈이다.

박 차장은 “다양한 프로젝트를 직접 실천해보고 인맥을 넓혀가기에는 외국계 부동산 관리회사가 아주 유리하다”고 말했다.

▽해외유학파가 늘어난다=박 차장은 건축공학을 전공한 뒤 삼성물산 건설부문에 입사해 공동주택개발 프로젝트를 맡았다. 그는 34세의 나이에 미국 코넬대의 부동산전문석사(MPS/RE) 과정을 지원했다. 결코 적은 나이는 아니었지만 부동산전문가가 되기 위해서는 자비를 들여서라도 유학을 다녀올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였다.

부동산 MBA로 잘 알려진 전문석사과정은 미국의 하버드 MIT 코넬 컬럼비아 뉴욕주립(NYU) 남캘리포니아(USC)대 등에 개설돼있다. 직장인들 사이에도 공급이 넘쳐나는 일반 MBA(경영학석사)가 아니라 특화된 부동산 MBA를 선호하는 사람들이 많아져 코넬대의 경우 정원이 20명인데 한국 학생이 7, 8명까지 입학한 때도 있었다.

“부동산 MBA를 마친 후 10만달러가 넘는 고액연봉을 받는 시기는 이미 지났습니다. 지금은 대기업보다 약간 더 받는 수준입니다. 단기간에 고액연봉으로 유학비용을 건지기보다는 평생을 부동산 분야에 종사하겠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CBRE 최정원 이사는 “외국계 부동산서비스 회사들은 일반적으로 대졸 신입사원을 뽑기 어렵다”고 말한다. 곧바로 업무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직만을 원하기 때문에 건설사 부동산신탁 금융권 근무경력을 쌓은 후 도전하는 것이 유리하다.

김두영기자 nirvana1@donga.com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국내활동 부동산 회사는 ▼

한국에서 이름 있는 부동산 투자관리회사는 한손으로 꼽을 정도다. 대형빌딩을 관리하거나 임차인을 유치하는 업무 등은 아직 일반인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편.

한국 토종(土種) 부동산 투자관리회사로는 코리아에셋어드바이저(KAA)가 유명하다. KAA는 대형빌딩 컨설팅업체인 BHP코리아에서 임대컨설팅을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 독립한 회사. 세련된 인테리어로 유명한 서울 중구 무교동 ‘서울파이낸스센터(SFC)’를 포함해 서울 강남의 로담코타워, 중구 회현동 프라임타워 등을 임대컨설팅했다.

외국계 회사로는 쿠시맨&웨이크필드(Cushman&Wakefield·C&W), 존스 랭 라살(Jones Lang Lasslle·JLL), CB 리차드 엘리스(CBRE) 등이 유명하다.

C&W는 1999년 서울 여의도 휴렛팩커드 빌딩 매각을 중개하면서 한국부동산 시장에 진출한 미국계 업체. 강남 하나로빌딩, 여의도 파이낸셜뉴스빌딩, 무교동 현대빌딩 등을 담당하고 있다.

JLL은 부천 로담코플라자, 무교동 코오롱빌딩, 종로 거양빌딩 등을 관리하고 있다. 물리적인 빌딩 관리뿐 아니라 건물 임대료, 수익성 등에 관한 회계적인 분석도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CBRE는 종로 제일은행 본점과 여의도 동양빌딩, 여의도 SK빌딩, 강남 센추리빌딩 등을 맡고 있다. 세계 70개 국가에 250여개 지사가 있어 규모면에서는 가장 큰 부동산 투자관리회사다. 한국 지사에는 엔지니어 출신들이 많은 게 특징.

이들 업체가 빌딩 관리를 대행할 때 받는 금액은 평당 500∼1000원 수준. 인력이 많이 들어가는 호텔, 병원 등은 가격이 더 비싸다. 비어있는 건물에 임차인을 유치했을 때는 보통 전세금의 1%나 1개월 월세 정도를 컨설팅 비용으로 받는다.

박형준기자 loves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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