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盧 캠프도 대선자금 말하라

  • 입력 2003년 12월 10일 18시 2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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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오늘 장안의 화제는 단연 ‘차(車)떼기’다. 이회창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법률고문이었던 서정우 변호사가 대선 전 LG그룹에서 현찰 150억원을 트럭째로 넘겨받았다니, 그 기발한 수법이 놀랍다. 지하주차장에서 SK비자금 100억원을 받아 승용차로 옮긴 것과 함께 한편의 첩보영화나 금융기관의 현금수송 작전을 보는 듯한 느낌이다.

더구나 누구보다 법을 지켜야 할 판사 출신의 변호사가 이런 불법을 스스럼없이 저질렀다니 국민은 눈과 귀를 의심할 지경이다. 이는 정치 불신의 차원을 넘어 하루하루 성실하게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의 근로의욕을 한순간에 꺾어 놓는 패악이 아닐 수 없다.

문제는 이런 추악한 정경유착이 어느 한 정당에만 국한된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회창 캠프만 거침없이 검은돈을 가져다 썼고, 노무현 캠프는 깨끗했다고 믿는 국민은 한 사람도 없을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노 캠프에도 수십억, 수백억원의 불법 선거자금이 건네졌다는 의혹을 공개적으로 제기했다. 선거 후 ‘돈 벼락이 쏟아졌다’는 등 엄청난 규모의 당선축하금이 대통령 측근들에게 전해졌다는 주장도 이미 나왔다.

그렇다면 노 캠프측도 진솔하게 자기고백을 하는 게 옳다. 이 캠프측의 불법 사례가 드러나는 것을 지켜보며 이씨와 한나라당만 압박할 것이 아니라 먼저 모든 것을 있는 대로 밝혀 검찰수사에 도움을 주어야 한다. 그것이 대선 승자로서, 또 복잡하게 꼬인 대선자금 정국을 풀어가야 할 집권측으로서 해야 할 도리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검찰은 한나라당 쪽에만 집중적으로 수사의 칼을 휘두르고 있는 것으로 비치고 있다. 한나라당이 ‘편파수사’ ‘기획수사’라며 반발하는 것도 그 때문이 아닌가. 송광수 검찰총장은 어제 “불편부당하게 수사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현재 전개되고 있는 수사상황은 그런 믿음을 주지 못하고 있다. 노 캠프측의 솔직한 자기고백은 검찰의 공정수사를 이끌어내는 동력(動力)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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