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단기간 공단조성 세계기록 세우자”…15개기관 '파주 결의'

  • 입력 2003년 12월 10일 17시 3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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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장 짓기 가장 어려운 나라’라는 한국.

이런 오명을 떨쳐버리기 위해 경기도, 경기 파주시, 산업자원부, 건설교통부 등 15개 기관이 도원결의(桃園結義)를 했다.

목표는 “전 세계에서 공단을 가장 빨리 조성했다는 기록을 한 번 세워보자”는 것. 공단 허가에서 입주까지 최단시간 내에 공단을 조성하기 위한 ‘속도전’에 나선 것이다.

속도전 대상은 100만평 규모의 파주 액정표시장치(LCD)산업단지.

LG필립스LCD의 LCD 생산공장과 협력업체 공장들이 들어서게 될 파주LCD산업단지는 LG필립스LCD 투자규모만 100억달러에 이르는 메가톤급 프로젝트다.

과연 이들의 결의는 성공할까.

▽‘드림팀’의 출범=올해 4월 4일, 산자부 주도로 경기도, 파주시, 건교부 등 15개 부처가 ‘드림팀(태스크포스)’을 구성했다. 국방부, 환경부, 수자원공사, 산림청, 문화재청 등 공단 조성과 관련이 있는 모든 부처가 포함됐다. 드림팀의 목표는 하나로 모아졌다.

“빠르게, 더 빠르게.”

경기도와 파주시도 각각 별도의 태스크포스를 출범시켰다. 목적은 고객인 LG필립스LCD에 대한 ‘맞춤서비스’ 제공.

이들 기관은 실무회의까지 합쳐 수십차례 회의를 거듭하면서 어떻게 하면 공단을 빨리 조성할 수 있을지를 고민했다. 특히 LCD는 산업 특성상 몇 달만 생산이 늦어져도 경쟁에서 밀린다는 점을 감안해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다는 것.

외국인 투자기업의 수도권 입주를 올해 말까지만 허용하고 있는 법률조항이 걸림돌로 작용하자 산자부는 관련법 개정을 주도해 이 문제를 해결했다.

공단예정 부지가 군사시설 보호구역에 위치하고 있는 점이 난제로 작용하자 경기도가 국방부 설득에 나섰다. 국방부도 흔쾌히 수용했다.

문화재청은 공단부지 내 문화재에 대한 사전 발굴작업을 조기에 착수했다. 수자원공사는 공업용수가 부족하다는 말을 듣고 생활용수 일부를 공업용수로 전환했다. 환경부도 환경영향평가 시기를 앞당겼으며 폐수종말처리장에 대한 예산을 조기에 확보했다.

▽드림팀, 기적을 만들어 내다=한국의 경우 산업단지 조성에는 공단조성 계획 발표에서 입주까지 5년이 넘게 걸린다. 규제가 심한 수도권은 더 걸린다. 극단적인 경우지만 평택 포승단지는 15년이 걸리기도 했다.

이 때문에 기업이 투자를 포기하는 일도 있었다. 미국 다우코닝사가 96년 전북 새만금지역에 28억달러를 투자하는 계획을 발표했다가 재정경제부 농림부 등 관련 부처의 늑장 대처로 투자를 포기한 것이 대표적인 사례.

그런데 파주 LCD산업단지는 올해 7월에 산업단지 지정을 받으면서 통상 2년이 걸리는 ‘기본계획 수립→단지 지정’ 기간을 반년으로 단축했다. 이는 15개 기관으로 구성된 ‘드림팀’의 헌신적인 협조가 있었기 때문. 현재 토지에 대한 보상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산자부 한진현 투자진흥과장은 “이 같은 추세라면 내년도 일부 생산라인 착공, 2005년 하반기 공장 시험가동 일정에 특별한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이 경우 불과 3년반 만에 공단 기본계획수립에서 입주까지 완료하는 셈.

LG필립스LCD측도 공단 조성 속도가 빨라지면 LCD생산 라인의 본격적인 가동을 앞당길 수 있다며 고마워하고 있다.

파주 LCD산업단지의 사례가 ‘기업하기 좋은 나라’로 가는 큰 발자국이 될 수 있을까?



공종식기자 kong@donga.com

김태한기자 freewil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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