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포석 人事의 세계]인사대상자들의 목소리/평가-인사 불일치

입력 2003-12-09 18:29수정 2009-10-10 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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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평가는 그 제도의 완결성도 중요하지만, 실제 인사에 평가 결과를 반영하는 등 그 결과물을 얼마나 제대로 활용하느냐는 것도 중요한 문제다. 애써 최신 평가제도를 도입하고서도 실제 인사에서는 이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아 “인사와 평가가 따로 노는 것 아니냐”는 불만을 자초하는 조직이 아직도 많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평가 따로, 인사 따로’의 사례는 주변에서 그리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서울시 모 구청의 공무원 E씨는 탁월한 일본어 실력을 인정받아 권한도 많고 근무여건도 좋은, 이른바 ‘꽃 보직’으로 발령받았다. 그러나 그가 발령된 지 얼마 안 돼 새로 부임해 온 부서장은 돌연 E씨를 ‘주변 부서’로 전보시켰다. 경위를 따지는 E씨에게 과장은 “당신의 업무 능력은 인정하나 이번엔 내가 봐줘야 할 사람이 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털어놓았다. E씨로서는 기가 막혔지만 인사는 이미 끝난 뒤였다.

김대중 정부 초기, 지방 한직에 있던 S씨가 모 부처의 차관에 전격 발탁돼 화제가 된 적이 있다. S씨는 그동안의 보직 경로로 볼 때 더 이상 승진이 불가능하다는 게 일반적 시각이었고 그때까지의 평가 결과도 그랬다. 하지만 정권이 바뀌면서 그런 평가를 완전히 무시한 인사가 이뤄진 것. 이 때문에 한동안 그 부처에서는 “꺼진 불도 다시 보자”는 말이 유행했다.

이처럼 평가와 인사에 괴리가 생기는 데에는 여러 원인이 있다.

S씨의 경우처럼 정치적 상황 변화로 인한 괴리의 문제는 정권교체나 지방자치단체장 교체 때 공무원 사회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서울시 공무원 직장협의회의 한 관계자는 “자치단체장이 바뀌는 바람에 승진을 눈앞에 둔 공무원이 엉뚱한 부서로 보내져 처음부터 업무를 다시 배워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고 말했다. E씨의 경우에서 보듯, 선출직 기관장뿐 아니라 인사권을 행사하는 ‘상사’들은 누구나 자기 부서원들을 자기 방식으로 인사하려는 욕심을 내기 마련이고, 그러다 보니 과거의 평가와 새 인사 간에 괴리가 생긴다는 지적이다.

흔치는 않지만 평가제도의 변경에 따라 불이익을 보거나 상대적 이득을 누리는 경우도 있다. 모 경제부처에서 자타가 인정하는 엘리트 관료였던 K씨는 부하 직원들 역시 자신의 수준에 맞추도록 요구하는 등 엄격한 통솔 스타일을 유지해 왔다. 그런 그를 부하들이 썩 좋아할 리 없었다. 노무현 정부 들어 갑자기 도입된 다면평가제로 인해 부하들도 평가에 참여하게 되면서 그는 낮은 평점을 받아 보직에서 밀린 끝에 얼마 뒤 옷을 벗어야 했다.

객관적인 평가와 관계없이 상사가 인맥 등 연고에 따라 자의적으로 특정 부하에게 인사 프리미엄을 줘 문제가 된 경우도 있다. DJ정부 때 청와대 요직을 지낸 한 관계자의 경험담.

“일반 부처에서는 청와대 파견 근무가 일종의 특혜로 받아들여진다. DJ정부 초기 각 부처장의 추천을 받아 청와대 파견자를 선정하는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 추천된 국장급 인사 가운데 기본적인 보고서조차 제대로 못 만드는 사람이 있었다. 인사와 평가가 반드시 일치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실감했다. 복수추천을 받은 뒤 부처 사람들로부터 두루 평가를 들어 파견자를 결정했더니 그런 문제가 없어졌다.”

특히 공무원 조직의 경우 실질적인 업무능력 평가 대신 승진 순서가 다가온 고참부터 높은 평점을 주는 불합리한 평가 관행이 문제라고 이 관계자는 지적했다. 그러다 보니 내부적으로는 능력이 없다는 평판을 듣는 사람도 수치상으로는 괜찮은 점수를 받아 인사 혜택을 보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

전문가들은 ‘평가 따로, 인사 따로’의 문제를 최소화하는 길은 결국 그 조직 최고 책임자의 의지에 달렸다고 입을 모은다. 최고 책임자부터 사심을 배제하고 평가 결과를 공정하게 인사에 반영할 때에만 평가와 인사가 일치하는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인사 및 평가 관련 각종 제도의 충돌을 해소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다. 최근 조직마다 ‘최신 평가제도’, ‘첨단 인사제도’ 등을 앞 다퉈 도입하고 있지만 실제 이들 제도를 주관하는 부서 단위마다 원칙과 운용 방식이 달라 평가와 인사가 따로 가는 경우도 많다. 이를 보더라도 건전한 조직 운용을 위해서는 제도와 제도간에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거시적이고도 일관된 인사전략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하겠다.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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