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사 카드사로 주도권 넘어갈 듯

  • 입력 2003년 11월 25일 17시 43분


LG카드와 외환카드의 유동성 위기를 계기로 국내 신용카드업계의 주도권이 전업(專業) 카드사에서 은행계 카드사로 넘어갈 것이라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25일 카드업계에 따르면 LG 삼성 등 전업 카드사들이 최근 영업실적 악화와 자금조달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반면 국민은행에 합병된 KB카드, 외환은행에 합병될 예정인 외환카드 등 은행계 카드사들은 낮은 조달금리를 무기로 영업에 우위를 차지할 전망이다.

A은행계 카드사 관계자는 “LG 삼성 등 대기업 계열 전업 카드사들은 2000년부터 무이자 할부와 할인 이벤트, 길거리 모집 등 ‘출혈 마케팅’을 통해 덩치를 키웠다”면서 “이로 인해 카드업계의 경쟁이 과열된 것도 최근 카드업계 위기의 한 가지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카드업계 전체가 9381억원의 흑자를 냈던 2000년이나 2조5943억원의 흑자를 낸 2001년에는 과도한 경쟁의 부작용이 불거지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해 말부터 경기가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고비용 구조를 갖고 있던 전업 카드사들이 은행계 카드사에 비해 빠른 속도로 경영이 악화됐다는 설명이다.

교보증권의 성병수(成秉洙) 애널리스트는 “전업 카드사들은 카드채 발행 등을 통해 은행계 카드사보다 2∼3% 정도 비싼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기 때문에 경기침체로 연체율이 상승하고 수익성이 악화되면서 더 큰 타격을 받았다”면서 “앞으로 은행권의 낮은 금리로 자금을 조달하는 은행계 카드사들의 영향력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은행계 카드사들은 자기 은행을 통해 회원의 자산과 금융거래 상황을 살필 수 있어 전업 카드사에 비해 우량고객 확보가 유리하다는 것도 강점으로 꼽히고 있다.

박중현기자 sanju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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