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기업 투자환경-내수전망 “換亂때보다 나쁘다"

  • 입력 2003년 11월 19일 18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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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투자환경과 내수 전망이 1998년 2월보다 더 나쁘다.”

세계적 컨설팅업체인 매킨지의 도미닉 바튼 아시아태평양 총괄사장(사진)이 19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2004년 세계 경제 전망’에서 충격적인 발언을 쏟아냈다.

바튼 사장은 “한국 경제의 가장 큰 문제는 기업들이 국내 투자환경에 대해 확신을 갖기 어렵다는 점”이라며 “기업인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눠보면 상당히 비관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확신이 부족한 이유로 정부 정책의 불확실성을 꼽았다.

그는 “정부가 내수 진작을 위해 신용카드 장려정책을 사용하다 문제가 불거지자 다시 억제책을 내놓는 등 일관성이 없다”고 비판했다. 또 들쭉날쭉한 정책은 투자처를 중국으로 옮기도록 유도하고 있다는 것.

바튼 사장은 또 “한국의 경우 외국인직접투자(FDI) 유치가 중요하며 세제혜택을 주거나 경제특구를 만드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외국인들이 직접투자의 가장 큰 걸림돌로 여기는 노사불안을 해소하고 규제를 완화하는 등의 인프라를 갖춰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기업들에 대해서는 △기업지배구조 개선과 주주가치 중시 등 기본적인 원칙에 충실해야 하며 △매출처나 공급망 등 예기치 못한 상황에 대한 대안 마련을 보완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한국의 소비 부문에 대한 전망도 밝지 않았다. 가계대출의 증가로 소비가 여전히 악화되고 있고 기업들은 국내보다는 중국에 투자하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대책을 강구해야 할 시점이라는 것.

한편 세계 경제에 대해서는 “2004년 유례없이 어려운 상황을 겪는 등 앞으로 5년 동안은 극단적인 불안정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면서도 “미국에서 기업들의 투자가 살아나고 있어 세계 경제 회복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한국의 국내성장률은 4.3∼5.8%, 물가상승률 2.7∼3.5%, 원-달러환율은 1100∼1150원으로 전망했다.

이나연기자 laros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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