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다로워진 담보대출…신규보다 기존대출 낀 주택 구입유리

  • 입력 2003년 11월 13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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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부터 주택담보대출을 받기가 꽤 까다로워진다.

주택 수요자의 자금줄을 죄어 투기를 막아보려는 ‘10·29대책’에 발맞춰 각 은행이 주택담보대출의 대출한도를 낮추고 이런저런 명목으로 금리를 올려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만기가 10년 이하인 투기지역 주택담보대출의 담보인정비율(LTV·주택의 감정가격 대비 대출금액 비율)을 60%에서 40%로 인하한 것이 대표적이다.

기존 대출 고객은 자칫 만기 연장분에 대해 금리를 더 물어야 할지도 모른다.

아울러 은행권은 가계대출의 부실화 여지를 줄이려고 부채비율이 높거나 소득증빙자료를 내지 않는 고객에게 가산금리를 물리고 있다. 정작 돈 아쉬운 고객에 대해 은행 문턱이 더욱 높아진 셈이다.

이처럼 대출을 끼고 아파트를 살 수 있는 여건이 나빠진 만큼 실수요자들은 대출이 이뤄진 아파트를 골라 매입하는 게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가급적 한 은행에 거래를 집중시켜 향후 급전이 필요할 때 좋은 금리를 보장받도록 미리미리 대비하는 게 좋다.

▽주택담보대출 한도 줄어든다=10·29대책에서 주택담보대출 관련 조치의 핵심은 11월부터 투기지역 아파트의 LTV를 종전의 50∼60%에서 40%로 낮춘 점이다. 이에 따라 투기지역에서 전세를 끼고 대출을 받아 아파트를 사기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

예컨대 감정가격이 5억원인 방 3개짜리 서울 강남권 아파트를 전세(보증금 2억원)를 끼고 산다고 하자. 대출가액은 감정가격에 LTV를 곱한 뒤 선순위채권을 빼서 구하는데, 이 경우 5억원×40%-2억원=0원이다. 은행 빚을 아예 낼 수가 없는 것이다. 10월만 해도 5년 만기로 1억원을 빌릴 수 있었다. 이 아파트를 거주 목적으로 산다면 방 수에 1600만원을 곱한 금액을 빼줘야 하므로, 5억원×40%-(3×1600만원)=1억5200만원밖에 못 빌려 역시 전보다 대출금액이 1억원 적어진다.

대부분 은행은 투기지역, 투기과열지구, 기타 지역 등 지역별 구분에 따라 같은 유형의 아파트에 대해서는 똑같은 LTV 수치를 적용한다. 하지만 국민은행은 주택 실거래 가격이 전세금의 2.5배를 넘는 ‘시세 급등 아파트’에 한해 △투기지역 내 10년 이상 대출과 △투기과열지구 내 아파트 담보대출에 대해 LTV를 10%포인트씩 깎는다.

각 은행은 변경된 LTV를 신규 고객에 대해서만 적용한다. 예컨대 3년 전에 집값의 90%를 대출 받은 고객은 이번에 만기를 연장할 때 LTV 90%를 그대로 적용받기 때문에 기존 대출금 가운데 일부를 반납할 필요가 없다. 다만 농협과 신한은행은 한도 초과분에 대해 금리를 각각 0.5%포인트와 0.1∼0.3%포인트를 더 물린다.

주택담보대출을 받으려면 자신의 소득이 얼마인지를 증빙하는 자료를 제출해야 한다는 점을 유념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최고 1%의 가산금리를 감수해야 한다.

또한 대다수 은행은 부채비율(대출자의 연간 가처분소득 대비 총 대출금의 비율)이 250%가 넘는 고객에 대해 대출금리를 올리고 있다. 하나은행은 부채비율이 250% 이하인 고객에 금리를 0.1%포인트 깎아주는 방식으로 차별화한다.

▽대응 전략=대출 한도 축소와 금리 조건 악화로 자금여력이 달리는 주택 수요자가 상대적으로 더 큰 타격을 입게 됐다.

신한은행 고준석 부동산재테크팀장은 “투기지역에 있는 아파트를 구입하고자 하는 실수요자는 무리하게 신용대출을 받거나 금리가 높은 제2금융권으로 발길을 돌리지 말고 좋은 조건으로 대출을 받은 아파트를 대출을 승계하는 조건으로 구입하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재테크 전문가들은 지금부터라도 가급적 은행 거래를 한 은행에 몰아서 하는 것도 고려해볼 만하다고 지적한다. 거래실적이 쌓이면 나중에 급전이 필요할 때 우대금리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최우량 고객에 대한 은행권의 신용대출 금리는 일반 주택담보대출 금리와 비슷한 6%대로 보통의 신용대출 금리 7∼8%보다 1%포인트 가량 낮다.

은행별 주택담보대출 내용 변화
은행연간 금리(%)가산 및 우대금리만기 연장 대출
국민5.75∼7.5-소득증빙자료 미제출시 0.5∼1%포인트 가산
-부채비율 250% 초과시 0.25∼0.5%포인트 가산
종전 담보인정비율(LTV) 적용
농협5.47∼6.72-소득증빙자료 미제출시 0.5∼1%포인트 가산
-부채비율 250% 초과시 0.25∼0.5%포인트 가산
종전 LTV 적용하되 대출액이 시세의 80%를 초과하면 0.5%포인트 가산
신한5.92∼6.22-소득증빙자료 제출, 연체 여부와 부채비율에 따라 최고 0.4%포인트 가산종전 LTV 적용하되 대출금액이 시세의 80%를 넘고 연체한 적이 있으면 0.1∼0.3%포인트 가산
외환5.84∼6.34-소득증빙자료 제출 의무화
-부채비율 250% 초과시 최고 0.5%포인트 가산
종전 LTV 적용
우리5.72∼6.47-설정비 면제시 0.3%포인트 가산
-소득증빙자료 미제출 또는 부채비율 250% 초과시 0.25% 가산
올 연말까지 만기 도래하는 기존 대출 고객은 종전 LTV 적용
제일5.65∼7.57-소득증빙자료 미제출시 0.5%포인트 가산종전 LTV 적용
조흥5.84∼6.34-소득증빙자료 미제출 또는 부채비율 250% 초과시 0.2%포인트 가산종전 LTV 적용
하나5.79∼6.2-부채비율 250% 이하 0.1%포인트 우대종전 LTV 적용
한미5.8∼6.2-소득증빙자료 미제출 또는 부채비율 500% 초과시 0.5%포인트 가산
-부채비율 250∼500%의 경우 0.25% 가산
종전 LTV 적용
금리는 13일 현재 만기 담보대출 상품에 3개월짜리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를 적용한 변동 금리임. 자료:각 은행

주요 은행들의 담보인정비율(LTV) 변화
만기아파트아파트 이외 주택
변경 전변경 후변경 전변경 후
투기과열지구3년 이하50%50%50%50%
3년 초과60%60%
투기지역3년 이하50%40%50%40%
3∼10년60%40%50%40%
10년 초과60%60%50%50%
기타 지역60%60%50%50%
LTV 수치가 이와 다른 은행도 있을 수 있음. 아파트 이외 주택에 대해 추정시가가 적용될 때는 감정가격이 적용될 때보다 LTV가 10%포인트가 낮아짐. 자료:각 은행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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