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기-삼성SDI…, 형제株 “옛말"…주가차별화 갈수록 심화

  • 입력 2003년 10월 27일 18시 18분


한때 전기 전자 업종의 ‘형제’로 주가 경쟁을 벌였던 삼성전기와 삼성SDI의 차별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사양산업의 부담감을 안고 있던 삼성SDI는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며 주가에 ‘날개’를 단 반면 ‘잘 나가던’ 삼성전기는 적자와 주가 침체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삼성SDI는 10월 브라운관(CRT) 판매량이 최대 610만대로 사상 최고치에 이를 전망이라고 27일 밝혔다. 이 회사는 3·4분기(7∼9월)에 사상 최대 실적을 거두며 ‘어닝 서프라이즈(earning surprise·기대치를 웃도는 실적)’라는 평가를 받았다. 매출액은 1조8263억원으로 전 분기 대비 15.3% 늘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도 각각 40%, 59% 증가했다.

애널리스트들도 긍정적인 투자의견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삼성증권은 “늘어난 생산능력을 기반으로 시장점유율 확대와 고객 다변화가 가능하다”며 ‘매수’ 의견과 목표가 14만8000원을 유지했다. 현대증권은 “모바일 디스플레이와 PDP 매출 호조가 예상된다”며 적정주가를 종전 14만5000원에서 15만5000원으로 올려 잡았다.

하나 교보 동원증권 등도 삼성SDI에 대한 투자의견을 매수로 유지하거나 상향 조정했다.

크레디리요네증권은 “휴대전화 디스플레이 부문의 호전은 놀랍다”며 실적 예상치 조정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이런 요인들에 힘입어 삼성SDI 주가는 이날 3.17% 오른 11만4000원에 마감됐다. 3일 연속 상승하면서 22일 기록한 1년 최고가(11만8500원) 경신을 눈앞에 두고 있다.

반면 PC와 휴대전화 등의 부품업체인 삼성전기는 3만8150원으로 전날보다 2.43% 떨어져 5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2분기 연속 적자를 보인 가운데 4·4분기(10∼12월)에도 뚜렷한 실적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전망이 많다.

시티그룹글로벌마켓, BNP파리바, 도이치, UBS증권 등 외국계 증권사는 이날 삼성전기에 대해 중립 혹은 매도 의견을 내놨다.

두 기업의 이런 변화는 정보기술(IT)산업의 구조적인 변화라기보다는 각 기업의 경영 및 시장대응 능력에 따른 결과라는 의견이 많다.

삼성SDI는 사양산업으로 알려진 액정표시장치(LCD) 분야를 고객의 요구에 맞춰 차별화하면서 꾸준한 성장세를 이어온 데 반해 삼성전기의 시장 대응능력은 상대적으로 떨어졌다는 지적이다. 결과적으로 최근 IT산업의 회복에도 불구하고 매출을 끌어올리지 못하고 있다는 것.

동양종금증권 민후식 IT팀장은 “삼성SDI가 삼성전기의 주가와 실적을 추월한 이후 격차가 점점 벌어지면서 비교하기 힘든 수준에 이르렀다”고 말했다.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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