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100억 쇼크']이회창씨 “수사 지켜보자” 대응자제

  • 입력 2003년 10월 24일 18시 4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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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회창(李會昌·사진) 전 한나라당 총재는 차남 수연(秀淵)씨의 결혼을 하루 앞둔 24일 서울 종로구 옥인동 자택에서 정중동(靜中動)의 하루를 보냈다.

이날 이 전 총재의 자택을 찾는 당직자들은 눈에 띄지 않았다.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와 대선 당시 기획단장을 지낸 신경식(辛卿植) 의원이 22, 23일 잇달아 옥인동을 다녀갔지만 “SK대선자금이 당의 지시에 따라 조성됐다”는 내용이 알려진 뒤에는 이 전 총재 주변에 묘한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옥인동 주민들은 “수연씨가 잠깐 다녀갔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23일 밤에는 사돈댁 가족들을 자택으로 초대해 만찬을 가졌다.

이종구(李鍾九) 전 후보특보는 이날 기자들에게 “이 전 총재가 SK대선자금 문제에 대해 별다른 말씀을 남기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다른 중진 의원은 “언론인 출신 측근이 이 전 총재에게 언론보도 내용을 정리해 보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전 총재는 그동안 사태수습 방안을 놓고 다양한 조언을 들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일각에선 “이 전 총재가 전면에 나서서 책임지고 사태를 수습해 달라”고 건의했다는 후문도 나오고 있다. 이런 본격대응 건의에 대해 이 전 총재는 검찰수사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자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전 총재는 당초 25일 차남의 혼사, 31일 선친의 1주기를 마친 뒤 11월 초쯤 미국으로 돌아갈 예정이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선 재출국 연기를 점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이 전 총재에게 대선자금과 관련된 법률적인 제한은 없겠지만 자신의 당선을 위해 뛴 당직자들이 수사대상으로 거론되는 상황에서 홀가분하게 떠날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이 전 총재의 측근들은 한나라당 지도부의 미지근한 대응을 아쉬워했다. 충청권의 한 중진 의원은 “5년 전 대선 패배 후 DJ 정부가 의원 빼가기와 검찰수사로 한나라당을 압박할 때 이 전 총재가 중심을 잡으면서 위기를 헤쳐 갔던 기억을 주변에서 많이 떠올린다”고 말했다.

한편 이 전 총재측은 “결혼식장인 성북동 성당이 100명 정도밖에 수용할 수 없어 취재진이 100명 이상 몰릴 경우 혼사를 치를 사돈댁에 실례가 된다”며 언론사측에 공동취재단 구성을 요청했다.

김승련기자 sr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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