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권 변두리에도 명당있다"…다리품팔면 창업비용 절감

  • 입력 2003년 10월 23일 18시 1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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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침체 여파로 창업경비를 줄이는 데 대한 관심이 높다. 특히 최근에는 퇴직자금이 상대적으로 많았던 1998∼1999년 상황과 달리 자금이 넉넉지 못한 예비 창업자들이 많다는 것이 창업전문가들의 말이다.

그런데 창업자금을 아낀다고 임대료가 싼 곳을 찾다 보면 자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또 인건비를 줄이자니 일에 차질에 생길까 겁나는 경우가 많다.

대기업에 근무하던 전현호씨(45)는 2001년 3월 백반집을 차리면서 서울 서초구 서울교대 앞의 반지하 37평 매장을 선택했다. 돈이 모자랐고 처음 해보는 장사라 큰 돈을 투자하기도 겁났기 때문이다. 아는 사람이 아니면 찾아오기 힘든 위치일 정도이다 보니 보증금이나 월세 규모(보증금 1000만원 월세 70만원)가 주변 1층 상가의 10분의 1수준이었다. 다행히 조리사 자격증을 4개나 가진 부인의 요리 실력과 매일 새로 꾸미는 밑반찬 등으로 나름대로 성공을 거뒀다. 처음에는 개업 소식을 담은 전단지와 명함을 꾸준히 뿌렸지만 이후에는 입소문을 타고 손님이 찾아왔다. 한달 매출액이 2500만원 수준.

전씨는 “나쁜 위치를 만회하기 위해 따뜻한 밥을 금방 지어서 내놓고 집에서 먹는 듯한 편한 분위기를 연출해 효과를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전씨가 임대료를 줄여서 창업에 성공할 수 있었던 것은 가게 위치는 나빴지만 주변 상권이 좋았기 때문. 손님들이 찾아올 수 있을 정도의 거리에서 맛으로 승부를 했기 때문에 초기 창업비를 아낄 수 있었다.

한국창업전략연구소 이경희 소장은 “‘발품’과 ‘정성’은 언제든지 돈과 교환이 가능한 가치들”이라며 “조금 더 많이 돌아다니고 조금 더 치밀한 전략을 짜면 초기 창업비를 아낄 수 있다”고 말했다.

입지가 조금 나빠도 성공할 수 있을지를 판단하는 기준은 제품의 성격. 커피점이나 도넛 가게, 아이스크림 가게 등은 충동성 구매가 많은 제품이므로 주변 상권과 위치가 모두 좋아야 한다. 그러나 백반집이나 허브전문점 같이 단골손님 위주로 매출이 일어나는 업종은 입지가 조금 나쁘더라도 얼마든지 만회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말이다.

허진석기자 jameshu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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