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비자금 회오리]한나라 “지금은 소나기 맞을 수밖에…”

  • 입력 2003년 10월 22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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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왼쪽)가 2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돈웅 의원의 SK 비자금 수수시인과 관련해 박진 대변인이 가져온 대국민사과문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영수기자
최병렬 한나라당 대표(왼쪽)가 22일 서울 여의도 당사에서 최돈웅 의원의 SK 비자금 수수시인과 관련해 박진 대변인이 가져온 대국민사과문안을 검토하고 있다. -서영수기자
한나라당은 22일 오전 최돈웅(崔燉雄) 의원의 SK비자금 수수 시인과 관련해 최병렬(崔秉烈) 대표 주재로 긴급 주요당직자회의를 연 뒤 대국민 사과를 하는 등 분주하게 움직였다.

이때까지만 해도 최 의원은 100억원 수수 사실만 시인했을 뿐 돈의 사용처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그러나 최 의원이 이날 오후 일부 당 관계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SK로부터 받은 100억원을 당에 전달했다”고 밝힌 뒤부터 분위기는 급변했다. 주요 당직자들은 사무실에 장시간 머물면서 전화를 통해 대책을 숙의하는 등 신중한 행보를 보였다.

문제의 핵심은 돈의 수령자와 구체적인 사용처.

지난해 대통령선거 당시 당의 자금 흐름은 서청원(徐淸源) 당시 선대위원장과 김영일(金榮馹) 선대본부장 ‘라인’이 총괄했다. 당 내에서는 최 의원이 SK에서 받은 돈도 이 라인을 통해 당에 유입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최 의원은 이날 당 내 인사들과 돈의 전달 경로를 검찰에서 진술할지 여부를 놓고 상의하면서도 구체적으로 ‘누구에게’ 돈을 전달했는지는 밝히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서청원 의원과 김영일 의원도 “최 의원에게서 그런 돈을 받은 적이 없다”며 부인하고 있다.

최 의원은 이날 밤늦게까지도 돈 전달 경로를 진술할지 여부를 최종 결정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최 의원과 상의한 인사들의 의견이 서로 엇갈렸던 점도 최 의원에겐 큰 부담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당직자는 “당에 미칠 파장을 감안해 사용처를 진술하지 말아달라”는 의사를 전달했고, 다른 인사는 “사용처를 밝히지 않을 경우 혼자 덮어써야 한다”며 진술이 불가피하다는 점을 강조했다는 것이다.

최 의원은 21일 검찰에 출두하기 전 주변 인사들에게 “혐의를 부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검찰에 출두한 뒤 심경의 변화를 느껴 100억원 수수 사실을 시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따라서 23일 검찰 조사를 받을 최 의원의 진술 수위도 가늠하기 어렵다는 게 최 의원 주변 사람들의 관측이다.

만약 최 의원이 돈의 수령자를 구체적으로 거명한다면 검찰 수사는 즉각 해당 인사 소환으로 이어지면서 관련 계좌 추적까지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 반면 최 의원이 돈 전달 경로를 진술하지 않을 경우 전달된 돈이 현금이기 때문에 수사는 진척이 어려울 전망이다.

한편 당 법률지원단장인 심규철(沈揆喆) 의원은 이날 “이회창(李會昌) 전 총재가 지난 대선 당시 최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 ‘당신이 몇 군데 전화하고 그런 모양인데 돈 문제에 지나치게 나서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최 의원이 말했다”고 전했다.

이는 이 전 총재가 대선자금 모금과정 등을 어느 정도 파악하고 있었음을 시사한 것으로도 풀이할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이 전 총재의 한 측근은 “검찰수사가 공명정대하게 끝나면 그때 가서 검토해 이 전 총재가 입장을 밝힐 것으로 안다”며 “다만 분명한 것은 이 전 총재 주변은 SK비자금과 전혀 상관이 없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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