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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0월 21일 17시 5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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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국내 통신업계에서 사상 처음으로 외국자본에 경영권이 넘어가는 사례가 만들어졌다. 이와 함께 국내 통신시장의 구조조정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자금난 탈출=하나로통신은 이날 외자유치안 통과로 증자와 신디케이트론을 합쳐 11억달러(약 1조3000억원)를 지원받는다.
올해 말까지 갚아야 할 3000여억원과 내년 말까지 갚기로 돼 있는 7억4000만달러(약 8700억원)를 상환할 자금이 넉넉해진 것. 올 상반기에 영업이익을 116억원 내는 등 경영여건도 호전되고 있어 인수 즉시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후발 사업자 인수에 곧바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통신시장 재편=부채 8000억원을 갚지 못하고 3월 법정관리에 돌입한 초고속인터넷 3위 업체 두루넷은 24일까지 정리계획안을 법원에 제출할 예정이었으나 하나로통신이 외자를 유치함에 따라 채권단들은 논의를 거쳐 11월 중순경 다시 매각 입찰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로통신 윤창번 사장은 주총 직후 “두루넷 인수 이후 장기적으로 온세통신 데이콤과도 인수를 배제하지 않은 동맹관계를 맺고 싶다”고 밝혀 국내 통신시장 구조조정에 나설 뜻임을 재확인했다. 하나로통신은 이미 1월 두루넷 인수를 위한 실사작업을 벌인 바 있어 실사를 생략하고 바로 인수 작업에 나설 수 있다.
뉴브리지-AIG 컨소시엄은 세계적으로 통신 분야에 25억달러를 투자하고 있는 회사. 통신사업에 대한 선진경영기업을 보유하고 있어 당장 KT와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으로 예상된다. 두루넷을 인수하면 초고속인터넷 시장점유율이 40%(426만명)로 뛰어 사실상 KT와 대등한 입장에 서게 되며, 온세통신 데이콤 등과 협력관계를 구축할 경우 기간통신사업 분야에서도 KT를 위협할 것으로 보인다.
▽경영권 가진 첫 외국자본=기간통신사업자의 경우 외국인 투자가 49%로 제한이 돼 있으나 KT의 경우 외국인지분이 46.4%, SK텔레콤도 44%에 달하는 등 통신업체에 대한 외국인 투자는 활성화돼 있다.
초고속인터넷 업체인 하나로통신은 기간통신사업자는 아니나 초고속인터넷이 점차 국가기간망화하는 상황에서 외국 자본이 경영권을 확보한 것은 “국가 신경망이 자칫 수익률 게임의 도구가 될 수 있다”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이에 대해 하나로통신 윤 사장은 저팬텔레콤이 영국의 보다폰에, 독일의 데비텔AG가 스위스의 스위스콤에 인수된 사례를 들어 “비즈니스에 있어서 국경은 사라진 지 오래”라며 “누가 경영권을 갖든 주주가치를 극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뉴브리지 코리아 박병무 사장도 “장기투자 목적”이라며 “단기투자라면 주식시장에서 주식을 매입하지, 투자계약을 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LG의 앞날은?=한편 LG그룹은 하나로통신 없이 통신 사업 분야를 전면 재검토해야 할 상황. LG의 3대 통신업체 가운데 데이콤은 빚이 1조8000억원에 이르며 파워콤은 기간망 사업자여서 수익에 한계가 있고, LG텔레콤 역시 3위 업체. 하나로통신이 중심 역할을 해 줘야만 이 3개 업체도 확실히 살 수 있는 상황이었다.
LG 정상국 부사장은 “그동안 진행해 왔던 통신사업전략을 재정비해 유무선 통합서비스와 방송 통신의 융합 서비스 등 새로운 종합정보통신사업에 중점을 두어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으나 사업 유지를 위해서는 하나로통신 KT 등과 제휴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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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성엽기자 cpu@donga.com
홍찬선기자 hc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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