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승종목 확산 “랠리 불붙나”…소외됐던 증권 은행株 폭등

  • 입력 2003년 8월 21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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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종합주가지수가 750선을 돌파하면서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증권거래소 직원들이 밝은 표정으로 시세표 단말기를 보고 있다. 김동주기자
21일 종합주가지수가 750선을 돌파하면서 13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자 증권거래소 직원들이 밝은 표정으로 시세표 단말기를 보고 있다. 김동주기자
“상승랠리에 불이 붙었다.”

“이번에도 외국인의 배만 불리게 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종합주가지수가 무섭게 치고 나가고 있다. 거래일 기준으로 최근 엿새 동안 눈에 띄는 조정 없이 50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이번 상승 장세(場勢)의 ‘주역’은 외국인들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우량주들을 사들이는 동안 기관투자가와 개인들은 파는 데 주력했다. 조정을 예상하고 느긋하게 기다리던 기관과 개인들의 발등엔 불이 떨어졌다.

▽왜 급등장인가=외국인들은 이달 19∼21일 사흘 동안 무려 7152억원어치의 주식을 순(純)매수했다. 5월부터 따지면 순매수액이 7조원에 이른다. 4개월 동안 이런 규모의 매수 강도는 1992년 증시개방 이후 처음이라고 증권거래소측은 설명했다.

메릴린치증권 이원기 전무는 “전 세계 정보기술(IT) 경기의 회복이 가시화하면서 국내 IT 수출이 급증하고 있고, 당장은 아니지만 수출경기의 호조는 내수 회복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외국인들은 이런 경기회복 가능성에 확신을 갖고 주식매수에 나서고 있다”고 분석했다. 또 석유화학 철강 등 한국의 전통적인 강세 산업도 중국의 수요급증에 힘입어 수출증가가 예상된다는 것.

외국인들은 특히 21일 헤지용으로 잡아 뒀던 4800억원어치의 선물매도 포지션을 다시 사들이는 등 앞으로의 장세를 낙관하는 모습이었다.

상승종목이 삼성전자 등 고가 대형주에서 그동안 철저히 냉대를 받았던 증권 은행 등 금융주와 내수주로 확산되고 있는 점도 750선 돌파에 기여했다는 분석이다.

KTB자산운용 장인환 사장은 “상승종목의 확산은 그만큼 저변이 확대된다는 뜻으로 기관과 개인들이 관망 장세에서 본격적 매수대열로 뛰어들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외국인만 좋은 장(場)?=외국인들이 주식을 사들일 때 기관과 개인투자자들은 주식을 내다 파는 데 급급했다. 기관들은 5월부터 이달 20일까지 3조3158억원어치, 개인들은 4조7321억원어치의 주식을 순매도했다.

주식을 재매수할 ‘실탄’은 충분히 확보한 셈. 하지만 최근 급등장세를 주도한 외국인들의 등에 타고 다시 장에 돈을 쏟아 붓기가 상당히 어려워졌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굿모닝신한증권 이근모 부사장은 “너무 가파르게 오른 고가(高價) 대형주를 부담스러워하는 개인들은 그 대체주식으로 내수주를 고를 것 같지만 매매결정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그러나 이원기 전무는 “기관과 개인은 이번에도 주식 매수 타이밍을 놓친 것 같다”며 “지금 들어갈지, 말지를 놓고 진퇴양난에 빠진 격”이라고 말했다.

▽얼마나 더 오를까=‘단기급등에 따른 조정’과 ‘추가 상승’ 예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지난주 시장이 한차례 주춤거리면서 이미 조정을 거친 것으로 봐야한다. 시장이 달아오르면서 제어가 쉽지않은 상황”이라고 내다봤다.

이근모 부사장은 “기관과 개인이 일부 ‘사자’로 돌아서기만 하면 900선까지도 가능하다”고 예상했다.

그러나 피데스투자자문 송상종 사장은 “이번 단기 급등장은 일단 780선 정도까지 갈 것으로 보인다”며 “소외주로 ‘사자’ 움직임이 확산된 점에 비춰볼 때 단기 조정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분석했다.

동원증권 강성모 투자분석팀장도 “1주일 만에 지수가 50포인트 가까이 올라 조정에 비중을 두고 싶다”고 말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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