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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18일 18시 3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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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익과 매출이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크게 줄어드는 등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 또 상장기업의 2·4분기(4∼6월) 실적이 1·4분기(1∼3월)보다 더 나빠진 점도 눈길을 끈다.
전체 한국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반도체 업종이 특히 부진했고 가계부채 문제로 카드회사들의 적자가 커진 것이 전체 실적을 더 악화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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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시에서는 경기가 이제 바닥을 쳤으며 하반기에는 다소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가 많은 편이다. 하지만 이번 기회에 “한국 경제에 근본적인 문제는 없는지 따져보아야 할 때”라는 지적도 적지 않다.
▽어떻게 비교해도 좋지 않은 실적=12월 결산 상장 기업들은 지난해 상반기에 총 19조5829억원, 등록기업은 1조6395억원의 순익을 냈다. 모두 사상 최대치였다. 그러나 올 상반기에는 상장 법인의 순익이 작년 동기 대비 35.5% 줄었으며 등록 법인의 순익은 90.3%나 감소했다.
상장 법인의 올 2·4분기 실적은 경상이익 항목을 제외하면 1·4분기보다도 나빠졌다. 또 지난해 2·4분기보다는 매출액 등 모든 항목에서 크게 나빠졌다.
매출액보다 이익이 더 격감한 것도 특징이다. 홍춘욱(洪椿旭) 한화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제조업체들은 원화가치 상승(달러당 원화환율 하락) 및 제품 단가 하락에 따른 수출 환경 악화를 수출 물량 증가로 극복한 흔적이 역력하다”고 분석했다.
▽반도체와 카드회사 부진이 가장 큰 원인=상장 법인 실적이 크게 나빠진 가장 결정적 원인은 우리 경제를 주도하는 반도체 업체들의 부진이었다.
지난해 상반기와 비교할 때 삼성전자는 순이익이 1조5641억원이나 줄었다. 지난해 적자였던 하이닉스반도체는 적자폭이 1조1637억원 커졌다. 두 회사의 반기 순이익 감소는 전체 제조업체의 올 상반기 순이익 감소분 3조2926억원의 82.8%를 차지했다.
장성원(張成源)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은 “정보기술(IT) 경기 하락 때문에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 가격이 크게 떨어져 6월 이전까지 업황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2·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1·4분기보다 1913억원 줄고 KT와 한국전력도 각각 1135억원과 2859억원 감소하는 등 증시에서 시가총액이 많은 3개사의 영업이익이 5907억원 줄었다.
금융업종에서는 부실 가계대출 문제를 아직 해결하지 못한 카드회사들의 실적 악화가 두드러졌다. LG카드는 올 상반기에 7468억원, 외환카드는 2773억원의 적자를 각각 냈다. 두 업체를 제외한 거래소 상장 금융업종은 1610억원의 흑자를 나타냈다.
한편 등록기업의 2·4분기 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는 나빴지만 올 1·4분기와 비교하면 호전돼 상장기업과는 대조를 보였다.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인가=앞으로의 기업실적 전망과 관련해 증시에서는 일단 낙관적인 견해가 우세한 편이다.
신성호(申性浩) 우리증권 이사는 앞으로의 기업실적과 관련해 “6월부터 반도체 경기가 살아나고 있고 가계부채 해결 조짐이 보이면서 3·4분기부터는 기업 이익이 다시 상승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반기 기업 이익 하락이 단순히 경제적 변수만이 아니라 더 근본적인 데 영향이 있다는 시각도 만만찮다.
문휘창(文輝昌) 서울대 국제대학원 부원장은 “기업들이 이익을 획기적으로 높이려면 노사문제에 따른 비용을 낮추고 기술 혁신을 통해 국제적으로 경쟁력이 있는 상품을 만들어 내는 등 한국 경제의 근본적인 체질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또 문 부원장은 “반도체만이 아니라 다양한 업종이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며 시너지를 내고 투명한 지배구조 등 경영환경도 마련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이정은기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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