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社부실 고객 떠넘기기…금리 내리거나 수수료 올려

  • 입력 2003년 8월 12일 18시 00분


시중은행, 카드사, 보험사 등 금융기관들이 수익성 악화의 부담을 고객에게 떠넘기고 있다. 수신금리를 내리거나 수수료와 보험료를 올리는 바람에 예금자나 신용카드와 보험 가입자들이 그만큼 피해를 보게 됐다.

시중은행은 7월에 이어 이달 들어 또다시 예금금리를 인하하고 나섰다.

최근 경영실적이 적자로 나타난 국민은행은 지난달 21일 만기 3개월 미만 단기예금 금리를 내린 데 이어 11일부터 전결금리를 축소 조정하는 방식으로 1년짜리 정기예금 금리를 0.1%포인트 내렸다.

지난달 만기 3개월 미만 단기예금 금리를 0.15∼0.25%포인트 내린 우리은행은 5일자로 만기 1년 정기예금을 현 4.4%에서 4.3%로, 6개월짜리를 4.2%에서 4.1%로 0.1%포인트씩 내렸다.

조흥은행은 만기 3개월짜리 정기예금을 지난달 4.0%에서 3.9%로 0.1%포인트 인하한 데 이어 11일부터 다시 0.1%를 내려 3.8%의 금리를 적용하고 있다. 한미 신한 제일은행도 일부 정기예금 금리를 일제히 인하했다.

은행들이 이처럼 수신금리를 낮추고 있는 것은 예대마진을 확대해 상반기 실적 악화를 만회하려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시중은행들은 시장 실세금리가 하락세를 지속함에 따라 이를 수신금리에 반영한 것이라고 해명하고 있다.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신용카드사들도 현금서비스 등의 수수료를 인상해 실적 개선을 노리고 있다.

카드사들은 올 들어 수차례에 걸쳐 각종 수수료를 최고 5%포인트까지 인상해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를 감안한 실제 현금서비스 수수료는 최고 연 30%에 이르고 있다.

삼성카드의 현재 수수료율은 16∼27.5%로 지난해 말에 비해 최고 4.6%포인트 올렸으며 다음달 15일부터는 현금서비스 이용금액의 0.3%를 취급수수료로 부과할 예정이다.

LG카드의 현금서비스 수수료율은 지난해 말 13.8∼22.8%에서 현재 13.8∼25.8%로 최고 3%포인트 올리는 데 그쳤지만 전업카드사 가운데 가장 높은 현금서비스 취급수수료(이용금액의 0.6%)를 부과하고 있다.

생명보험사와 손해보험사들도 보험료 인상을 통해 수익성을 개선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생보사들은 조만간 종신보험료를 15% 정도 올린다는 방침이다. 손보사들도 교통사고가 작년보다 10% 이상 늘어나 보험금 지급액이 늘어났다면서 10월경 자동차 보험료를 5% 정도 인상한다는 계획이다.

조연행 보험소비자연맹 사무국장은 “금융기관들이 이처럼 수수료 등을 인상하는 것은 경영 악화의 부담을 소비자에게 고스란히 떠넘기는 결과를 빚고 있다”며 “실적이 좋은 생보사마저 역마진을 이유로 보험료를 올리는 것은 소비자의 이익을 무시하는 부당한 처사”라고 비판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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