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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8월 4일 16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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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권은 여야를 막론하고 충격에 휩싸인 채 어떤 식으로든지 정 회장의 죽음에 자유롭지못하다는 세간의 여론을 의식해서인지 당황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휴가 중인 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보고를 받고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김대중 전대통령 "어떻게 이런 일이…"
김대중 전 대통령은 이날 정 회장의 자살 소식을 보고받고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느냐"며 끝내 눈물을 보였다고 김한정(金漢正) 비서관이 전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후 오전 내내 별 말도 하지않은 채 "매우 안타깝다"는 말을 반복하며 침통한 표정을 보였다고 한다. 한 측근은 "김 전 대통령은 고 정몽헌 회장이 대북사업과 남북 통일을 위해 헌신적으로 노력해온 점을 높이 사왔다"고 말하기도 했다.
▼청와대 "우리도 자유롭지 못한 것 아니냐"
청와대는 정 회장의 투신자살 소식이 전해진 4일 아침 충격에 휩싸였다. 그러면서 정 회장이 왜 자살을 선택했는지에 대해 촉각을 곤두세웠다. 앞으로 이 사건이 금강산 관광사업을 비롯한 대북 경제협력사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대해 신경을 집중하는 모습이었다.
휴가 중인 노 대통령은 이날 아침 6시 55분경 휴가지에서 문재인(文在寅) 대통령민정수석비서관과 이광재(李光宰) 국정상황실장으로부터 상황보고를 받았으나 상황이 정확하게 파악되지 않은 탓에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태영(尹太瀛) 대변인은 이날 10시 50분 오전 브리핑에서야 노 대통령의 애도 표시를 발언을 공식 발표했다.
이날 이정우(李廷雨) 대통령정책실장 주재로 열린 수석비서관 및 보좌관회의에서 참석자들은 정 회장의 자살사건에 대해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이번 일에도 불구하고 남북경협 사업은 계속돼야 한다"며 "이번 일로 경제에 주름이 가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고 윤대변인은 전했다.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비서관은 "왜 그런 것 같으냐"고 되묻고 "특검 수사에서 송금부분 수사 결과를 볼 때 그 정도면 괜찮은 것 아니었느냐는 생각이었는데…, 현재로선 알 길이 없으므로 좀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이광재 국정상황실장은 "일단 좀 더 두고 봐야 할 것 같다"며 "경위를 더 파악해봐야 한다"고 조심스런 입장이었다.
청와대 일각에서는 "특검 때문에 정 회장이 자살을 했다면 청와대도 자유롭지 못한 것 아니냐"며 정 회장 자살이 특검과 연루된 일은 아닌지 의구심을 갖는 분위기도 포착됐다.
▼한나라당 "적잖은 정치적 부담 될 것"
한나라당은 정 회장의 자살에 대해 "충격적이고 유감스러운 일로 깊은 애도를 표하며 유가족들에게 위로의 뜻을 전한다"는 논평을 냈다.
하지만 당 내부에서는 당황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현대그룹이 주도한 김대중 정부의 대북현금지원을 강하게 비판해온 한나라당이 정 회장의 죽음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세간의 인식 때문이다. 정 회장의 자살은 앞으로도 한나라당에 적잖은 정치적 부담이 될 공산이 크다.
"무슨 말못할 사연이 많았길래 목숨마저 끊어야 했는지 이유와 경위가 밝혀져야 한다"(박진 대변인), "정권이 정략적으로 기업을 끌여들여 이런 사태가 난 것이다"(박주천 사무총장)는 반응들은 그런 맥락에서 나온 것으로 해석된다.
그러나 홍사덕(洪思德) 원내총무는 김대중 정부를 정면으로 겨냥, "지난 시절 남북한 위정자들이 유망한 한 기업인을 어떻게 죽음으로 몰아넣었는지 밝혀내기 위해 특검 청문회 국정조사 등 모든 방법을 동원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민주당, 정치권 책임론 확산 우려
민주당은 충격에 휩싸인 채 이번 사건이 대북 관계에 미칠 파장과 함께 정치권 책임론으로 확산될 것을 우려하는 모습이었다.
정대철(鄭大哲) 대표는 "고 정 회장의 타계는 우리 사회의 크나 큰 손실"이라며 "그의 타계로 금강산 관광 등 남북경협사업에 차질이 생기지 않기를 바라며, 정부당국에서도 만전의 대책을 세워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문석호(文錫鎬) 대변인은 논평을 내고 "그의 사망으로 그의 필생의 염원인 남북경협 사업이 차질을 빚지 않고 한국경제에 미칠 파장이 최소화되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일부 의원들은 대북비밀송금 특검팀과 이를 주장한 한나라당을 비판했다.
정균환(鄭均桓) 총무는 "민족의 비전에 사법의 칼날을 들이댄 결과"라고 말했고, 김영환(金榮煥) 의원은 논평에서 "특검이 필연적으로 이런 결과를 빚게 되리란 걸 왜 몰랐단 말이냐"고 비판했다. 김경천(金敬天) 의원은 이날 열린 당무회의에서 "특검 때문에 고 정회장이 사망했다"고 말했다가 일부 의원들의 거센 항의를 받기도 했다.
한편 임채정(林采正) 의원은 "특검 때문에 고 전 회장이 자살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며 "남북경협 등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한 노력이 어떤 형태로 든 이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종훈기자 taylor55@donga.com
이승헌기자 dd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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