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투사대표 260억 ‘벤처 사기’

  • 입력 2003년 6월 5일 18시 3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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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애널리스트 출신 벤처 창업투자사 대표 등이 코스닥 등록기업을 인수해 부실을 떠넘기는 수법으로 200억원대의 돈을 챙긴 혐의가 드러났다.

서울지검 남부지청 형사6부는 5일 자신이 인수한 회사에 260여억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 등)로 창투사인 아이앤비골드전문컨설팅사 대표 이규범씨(37)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발부받아 검거에 나섰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2001년 3월 자사가 투자한 인터넷 예매업체 N사 대표 고모씨(36)와 짜고 코스닥 등록 가발업체인 B사를 인수한 뒤 같은 해 6월 B사 명의로 전환사채 264억원을 발행, 자사 및 고씨 소유 N사 주식 26만4000주와 주당 10만원에 맞교환해 B사에 264억원의 손실을 입힌 혐의다.

사건의 발단은 2000년 1월 이씨가 지인의 소개로 알게 된 N사에 자사 투자자금 55억원 중 일부와 자신의 돈 10억원을 투자하면서부터. 당시 이씨는 N사가 이미 자본잠식 상태라는 것을 뒤늦게 알고 고 대표와 만나 N사의 부실을 다른 코스닥 등록업체를 인수해 떠넘기는 방안을 모의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먼저 이들은 N사의 주식을 유상증자하면서 주식을 주당 6만원에 사면 3개월 내에 10만원에 되사주겠다는 조건을 내걸어 54억원의 투자금을 모았다. 이들은 이 돈을 차입 형태로 I사로 빼돌린 뒤 이 돈으로 2001년 3월 코스닥에 등록된 패션가발업체 B사 발행 주식의 60%를 사들여 B사의 경영권을 장악했다.

이씨 등은 같은 해 6월 B사 명의로 전환사채 264억원을 발행해 이미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는 N사 주식 26만4000주와 주당 10만원에 맞교환했다.

검찰조사 결과 이씨 등은 N사의 추정 매출액을 69억원으로 높게 잡는 등 자산가치가 거의 없는 회사를 380억원의 가치가 있는 것처럼 조작해 주가를 주당 10만원으로 산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씨는 B사 인수 뒤 B사의 주가가 2만6000원에서 4만원대로 급등하자 주식을 되팔아 11억여원의 시세 차익도 남겼다.

N사의 부실을 고스란히 떠안은 B사는 결국 지난달 자금난에 빠져 코스닥에서 퇴출됐다. 앞서 이씨와 고씨는 주식과 맞교환한 B사의 전환사채를 상환해 부실을 떠넘긴 뒤 B사를 떠났다.

검찰에 따르면 이씨는 지난달 초 잠적했으며, 고씨는 지난해 11월 해외로 도주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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