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銀 콜금리인하 의미]“內需확대 급해” 부동산과열 외면

  • 입력 2003년 5월 13일 18시 46분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내린 것은 침체된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대체로 “이번 금리인하가 경기부양 효과를 나타낼지는 의문”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투자가 부진한 것이 금리가 높기 때문이 아니라 북한 핵문제 및 노사관계 불안 등 다른 요인에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금리인하 배경〓한은은 북핵 위험과 가계대출 억제 등의 영향으로 소비 및 투자가 부진해 경기둔화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했다. 내수 부진으로 재고가 빠르게 증가, 제조업이 활기를 잃고 서비스업도 급속히 시들고 있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는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고 있다. 이들 요인 때문에 올해 성장률은 3%대로 떨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한은 내부에서 나오고 있다.

박승(朴昇)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 위원들이 금리인하가 부동산에 미칠 부정적 효과와 경기 및 고용에 대한 긍정적 효과를 두고 고민을 거듭했으나 결국 경기와 고용을 택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번 콜금리 인하는 지난달 29일 청와대에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 주재로 열린 비공식 경제정책협의회에서 이미 결정됐다는 얘기도 나온다.

이날 비공식 경제정책협의회에서 김진표(金振杓)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 박승 한은 총재 등 참석자들은 적극적 경기부양이 필요하며 이를 위한 추경예산 편성과 금리인하에 사실상 합의했다는 것.

금리인하가 한은의 독자적 판단에 따른 것만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경기부양 효과는 미지수〓한은은 이번 금리인하가 경기침체와 고용불안을 정부와 중앙은행이 방임하지 않는다는 정책의지를 보여주면서 경제주체의 불안감을 해소시켜 줄 것으로 기대했다.

또 금리인하에 따른 소비진작 효과도 클 것이라는 게 한은의 주장이다. 은행의 가계대출이 230조원이고 가계대출금리가 콜금리와 연동되는 상황에서 금리인하는 소비확대로 나타난다는 것.

금융연구원 최공필 선임연구위원은 “금리인하는 다소 늦은 감이 있지만 시장의 심리적 안정에는 기여할 것”이라며 “부동산 경기가 과열되지 않도록 세제(稅制)를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연구위원은 “북핵 문제 등 대외여건이 개선되지 않는 한 0.25%포인트 정도의 콜금리 인하로는 경기진작 효과를 크게 기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산업 각 부문의 구조조정을 통해 생산성을 높이고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찾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임규진기자 mhjh22@donga.com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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