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석달 수출피해 최소 8억달러…업계 이라크戰 대책수립

  • 입력 2003년 3월 25일 17시 5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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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라크전쟁이 장기화 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해지면서 국내 기업들이 바짝 긴장하고 있다. 삼성, LG, 현대·기아자동차 그룹 등은 전쟁이 2개월 이상 지속될 것이라는 가정 아래 수출시장 다변화와 석유 물량 확보 방안을 수립하는 등 대책 수립에 골몰하고 있다.》

▽업계의 대응=LG전자는 전쟁이 인접 지역으로 확대될 것에 대비해 비상 운송항로 개발에 착수했으며 최근 중동지역에 집중됐던 마케팅 대책을 러시아 등지로 재편하기로 했다.

현대차는 전쟁이 4개월 이상 지속될 경우 내수 17만대, 수출 10만대 등 모두 27만대 정도 판매가 감소될 것으로 보고 주요 수출국 지역본부장과 주재원들에게 대응 방안을 강구하도록 지시했다.

SK㈜ 등 정유사들은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석유 수입국들과의 장기계약 물량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또 원유 수입처를 서아프리카 북해 러시아 등으로 다변화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이들 국가 석유업체들과의 접촉에 나섰다.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날 경우 환율 상승으로 인한 환차익을 기대했던 조선업계도 긴장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김광국 과장은 “환차익은커녕 세계 경제가 위축되면서 물동량이 급격히 줄어들어 이미 발주했던 선박마저 취소하는 사태가 빚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한태신 부장은 “전쟁의 장, 단기 여부보다는 인접국으로 확전될 것인지가 더 관심”이라며 “아직 전쟁 인접국들로부터 주문 취소 등의 사태는 거의 없다”고 말했다.

당초 이라크전쟁을 한 달 정도로 보고 두 차례 노선 구조조정을 했던 대한항공은 전쟁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자 우려를 감추지 못하면서도 일단 전황을 지켜보자는 입장이다. 하지만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경우에 대비해 추가 노선폐쇄 등의 대책을 마련 중이다.

▽수출도 차질=수출업계는 당초 이라크전이 2개월 내에 끝나면서 수출 차질액이 3억∼4억달러에 불과할 것으로 전망했으나 최소한 8억달러 이상으로 피해액이 늘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KOTRA 통상전략팀의 최동석 팀장은 “선적 보류, 상담 취소 등 피해 사례가 당초 이라크 쿠웨이트 요르단 등 전쟁 당사국과 최인접국에 국한됐었으나 최근 오만 터키 이집트 등 2차 주변국으로 확대되고 있다”면서 “지난해 4% 수준이었던 한국의 중동 수출 비중이 올해에는 2%에도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오만에서는 전쟁 장기화 우려로 대형 유조선 입찰 발표가 잠정 보류되면서 한국업체들이 100만달러 상당의 수출 차질을 빚고 있다. 또 현대자동차가 쿠웨이트로 수출키로 한 차량 240대가 묶여 있다. 또한 캐나다 기계부품업체들은 시장 불투명과 테러 위협 등을 이유로 다음 주 서울에서 열릴 예정인 금형부품박람회 ‘인터몰드 코리아 2003’ 참가를 취소하기로 했다.

이라크 전쟁 장기화에 따른 국내 산업 기상도 (장기:1개월 이상)
산업단기전장기전
반도체다소 긍정적매우 부정적
전자다소 긍정적매우 부정적
조선거의 영향 없음부정적
철강거의 영향 없음매우 부정적
공작기계다소 긍정적매우 부정적
산업용 전기거의 영향 없음부정적
화섬매우 부정적매우 부정적
방직거의 영향 없음매우 부정적
타이어다소 긍정적매우 부정적
석유다소 긍정적매우 부정적
전력부정적매우 부정적
시멘트거의 영향 없음부정적
제지거의 영향 없음부정적
제당거의 영향 없음매우 부정적
자료:전국경제인연합회

이라크전 이후 한국의 대(對) 중동 수출피해 현황
날짜피해 건수피해 액수(달러)
18일121090만
19일612430만
20일1293212만
21일1543369만
22일2914604만
23일3305222만
24일3855514만
25일4065670만
피해 건수와 액수는 누계치임. 자료:무역협회

정미경기자 mickey@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홍석민기자 smho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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