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분양가 왜 높은가…'중도금 무이자 융자'는 미끼

  • 입력 2003년 3월 24일 18시 4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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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분양가가 지나치게 높은 것은 건설업계의 무리한 소비자 유인책과 비싼 건축비, 높은 땅값 때문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24일 본보가 단독 입수한 건설업체 A사의 분양가 산정 검토를 위한 내부 서류에서 드러났다.

이 서류에 따르면 시공을 맡은 A사와 사업주체(시행사)인 B사가 올해 하반기 경기 용인시에 분양할 A아파트의 최초 예상 분양가는 주변 아파트 시세를 반영한 평당 635만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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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땅값과 건축비 등 총 건축비용을 감안한 수익률이 2.5% 정도에 그치자 시행사인 B사는 분양가를 평당 660만원으로 올려 예상수익률을 6.4%로 높였다.

시행사는 가격이 올라 분양률이 떨어질까봐 계약금만 내면 나머지 중도금은 전액 무이자 융자로 대체해 주기로 했다.

또 중도금 무이자 융자에서 발생하는 이자를 모두 분양가에 떠넘겼다. 이에 따라 소비자가 실제로 부담해야 하는 분양가는 평당 667만원으로 주변 시세보다 평당 32만원이 높았다.

이 회사는 수익률을 10%대로 더 끌어올리기 위해 분양가를 추가로 인상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실제로 공사를 하는 시공사 수익도 상당히 높은 수준이었다.

본보 입수 서류에 따르면 시공사인 A사는 평당 252만원에 공사를 하기로 했지만 실제 원가는 210만원 선으로 경상이익률은 20%에 이른다. 이는 작년 상장·등록기업의 매출액 경상이익률(7.6%)의 3배에 가깝다. 특히 공사비는 분양 결과와 상관없이 받도록 돼 있다.

또 땅값도 분양가를 높이는 요인으로 꼽혔다. 토지대금이 전체 비용의 30% 이하를 유지해야 분양가를 탄력적으로 조절할 수 있는데 이 사업에서 땅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36%가 넘었다.

분양가 산정에 참가한 컨설팅업체 관계자는 “A아파트의 사례는 서울 강남권에 분양되는 아파트와 비교하면 오히려 합리적인 수준”이라며 “대다수 아파트가 이 같은 산정방식에 의해 분양가를 결정한다”고 말했다.

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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