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상부 포스코회장 연임포기 배경 관심

  • 입력 2003년 3월 13일 18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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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상부(劉常夫·사진) 포스코 회장이 정기 주총을 하루 앞둔 13일 회장직에서 전격 사퇴해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포스코는 이날 “유 회장이 자신의 연임과 관련해 논란이 계속되자 회사에 부담을 주지 않기 위해 자진 사퇴키로 결심했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14일 예정된 정기 주총에서 유 회장의 이사선임 건은 상정되지 않는다.

포스코는 앞으로 경영체제와 관련해 “14일 주총에 이어 열리는 이사회에서 회장제를 유지할지, 아니면 대표이사 사장 체제로 갈지 결정한다”고 설명했다. 상임이사 중에 회장을 뽑을 경우 현재로는 이구택(李龜澤) 사장이 가능성이 높지만 회장직 폐지에 대한 정부의 입장이 강경해 대표이사 사장 체제로 갈 확률도 높다. 회장제를 폐지하려면 그 설치 근거가 정관에 있는 만큼 임시 주총을 다시 열어 정관을 바꿔야 한다.

한편 재계 일각에서는 유 회장의 사퇴 배경과 관련해 정부의 압력이 있었던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유 회장이 최근까지 연임 의사를 고수한 데다 기관투자가들의 분위기도 유 회장에게 우호적으로 돌아서 유 회장의 연임은 기정 사실로 받아들여졌다. 따라서 “회사 발전을 위해서 사퇴한다”는 설명이 석연찮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유 회장은 최근 며칠간 연임 문제로 고심을 거듭했고 정부측 인사들을 잇따라 만나면서 사퇴 결심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7일에는 전윤철(田允喆) 전 경제부총리가 포스코 회장직에 대해 ‘옥상옥(屋上屋)’이라며 일침을 가했고 17일에는 정부 고위관계자가 포스코를 방문해 유 회장을 상임이사에 선임하는 이사회(2월18일)를 연기해 줄 것을 요구했다.

당시 유 회장이 물러서지 않고 이사회를 강행하자 이튿날 기업은행 등 정부가 대주주인 일부 기관투자가는 ‘유 회장 연임에 반대한다’고 밝혀 유 회장을 압박하기도 했다.

포스코 내부 관계자는 “유 회장이 타이거풀스 건으로 소송이 진행 중인 데다 지배구조와 관련해 회사 내부 비판에도 직면하는 등 여러가지로 어려운 상황이었다”고 전했다.

한편 유 회장은 이날 사외이사 몇 명과 점심을 함께 하며 사퇴 배경을 설명한 뒤 인터뷰 등 대외 접촉을 일절 하지 않았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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