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급등 업종별 희비교차…장기화땐 부작용

  • 입력 2003년 3월 11일 18시 19분


코멘트
“최근 환율 상승은 썩 반갑지가 않다. 또 북핵 문제가 부각되면서 한국의 국가리스크도 확대되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현대자동차 관계자는 최근 환율상승이 수출비중이 높은 업종에 유리하다고만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완성차업체의 경우 환율상승으로 인한 가격인하 효과보다 미국 경기 둔화로 인한 자동차 판매대수의 감소가 더 우려된다는 지적이다.

사정이 이렇다면 내수 및 수출경기 둔화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국내 경제계에 ‘북핵 위기로 인한 환율급등’이 잠재 악재로 등장하고 있다는 얘기다.

▽정유 항공업계는 초비상〓외상거래가 많고 외화부채가 많은 정유업계와 항공업체는 최근 갑작스러운 원-달러환율 급등에 거의 손을 쓰지 못하고 있다. 고(高)유가에 이어 환율급등이라는 직격탄을 맞으면서 이중고(二重苦)를 겪고 있는 셈.

정유·항공업계는 환율변동에 따라 환차손익이 수천억원씩 발생한다. 작년 환율하락으로 수천억원대의 환차익을 봤던 이들 업계는 최근 환율급등이 장기화할 경우 거꾸로 수천억원의 환차손을 입을 수 있다고 걱정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정유업계는 매입 시점보다 3∼4개월 늦게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면 환율변동폭만큼 손해를 본다”고 설명했다.

대한석유협회 정원준 대외협력팀 부장은 “정유 4개사가 최근 1개월 동안 도입한 원유의 대금결제 기간은 평균 130일로 달러당 10원이 오르면 환차손은 840억원에 이른다”고 밝혔다.

항공기 도입 등으로 외화부채가 많은 항공업계도 환율상승에 안절부절못하고 있다.

19억5000만달러의 외화부채가 있는 대한항공은 연초 달러당 1200원을 기준으로 모든 사업계획을 짰다. 실제 환율이 목표환율보다 10원 상승하면 195억원, 50원 상승하면 975억원의 환차손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아시아나항공도 원-달러 환율이 기준환율(달러당 1225원)보다 50원 오르면 210억원의 손실이 불가피한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엔화 빌린 중소업체도 불똥〓최근 원화 환율은 미 달러화보다 일본 엔화에 대해 더 크게 오르고 있다. 금융계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은 10일 현재 작년말에 비해 3%가량 오른 반면 원-엔 환율은 4% 이상 뛰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엔화 대출을 대거 받은 중소기업들이 급증하는 이자부담과 상환으로 벌써부터 걱정이 태산이라는 것.

대우증권 투자분석부 박상현 연구위원은 “작년 국내 기업의 엔화대출은 50억∼70억달러로 이 중 상당부분이 개인사업자를 포함한 중소기업이 빌린 것으로 본다”며 “금리가 싼 데다 원화강세를 예상해 엔화를 빌렸으나 지금은 원화약세로 상환부담이 커졌다”고 말했다.

▽환율상승은 반갑지만…〓조선업계는 최근 환율상승이 반갑기만 하다. 이는 발주 후 2, 3년에 걸쳐 달러화로 대금을 받는 거래 관행 때문이다. 환율이 상승(원화가치 하락)하면 원화로 환산한 실제 수익이 크게 늘어난다.

현대중공업의 경우 외환위기가 터진 97년부터 2001년까지 환차익만 무려 13억5000만달러(약 1조6000억원)에 이른다. 조선업계는 최근 수주물량 급증과 환율상승이 겹치면서 대규모 환차익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수출업계는 “최근의 환율급등은 부작용이 많을 수도 있다”며 환율상승을 썩 반기는 분위기는 아니다. 환율상승이 실제 수출가격 경쟁력에 반영되는 데는 3∼6개월이 걸리므로 당장 환율상승에 따른 메리트는 크지 않다.

무역협회 신승관 수석연구위원은 “최근 환율급등은 북핵 문제 등 한국의 안보 리스크가 부각된 데 따른 현상으로 수출에도 큰 도움이 되지 못할 것”이라며 “이라크전쟁 종결 이후 환율하락에 대비한 위험회피 전략을 세워 둘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환율변동에 따른 환차손익(단위:억원)
정유업계항공업계
98년66371655
99년48111735
2000년-1조666-2810
2001년-6109-999
2002년46001562
마이너스는 환차손, 정유업계 2002년 환차손은 9월말 기준. 정유업계는 SK LG칼텍스 정유 등 5개사. 항공업계는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자료:대우증권, 현대증권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