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검사 토론회 "SK수사 정부고위인사가 압력"

  • 입력 2003년 3월 9일 18시 4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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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의 부당내부거래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과정에서 당시 재정경제부 고위 인사와 여당 중진 의원이 ‘외압’을 행사한 것으로 밝혀져 파문이 예상된다.

검찰 고위 관계자 등에 따르면 지난달 당시 재경부 고위직 인사와 여당 중진 의원은 서울지검 형사9부가 SK그룹 구조조정본부 등에 대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하는 등 본격 수사에 착수하자 검찰 수뇌부에 전화를 걸어 수사 중단 압력을 행사했다.

또 수사팀에도 외부 인사의 수사 중단 요청이 쇄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 SK그룹 수사를 직접 담당하고 있는 이석환(李錫煥·최근 인천지검 발령) 검사는 9일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의 토론회 발언을 통해 “변호인이 아닌 외부인으로부터 외압이 있었는데, (외압을 가한 인사 중에는) 여당 중진 인사도 있고 정부 고위 인사도 있다”며 “혹자는 ‘(내가) 다칠 수 있다’는 이야기도 했는데 이는 결국 인사를 통해 (나를) 날려버리겠다는 것이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 검사는 이어 “여기서 밀리면 정치검사가 되는 것인데, 꿋꿋하게 수사하고 있지만 ‘(국민이) 너희들이 봐준 것 아니냐’고 따질 것 같아 마음이 불안하다”며 “이런 외압이 통하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해 달라고 (대통령께) 지금 제도개혁을 간청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노 대통령은 “경제에 미치는 상황을 면밀히 고려해 달라고 간곡히 상의하는 것이었다면 괜찮겠지만 ‘너 다쳐’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을 대통령이나 법무부 장관에게 얘기해 달라”고 말했다. SK그룹 수사는 참여연대가 고발한 사건으로 형사9부가 검찰 수뇌부와도 구체적인 상의를 하지 않고 그룹 회장실을 전격적으로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착수 초기부터 많은 관심을 모았으며 재계와 여권 등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서울지검 형사9부는 이 수사를 통해 최태원 SK회장을 구속했으며 이 그룹의 손길승(孫吉丞·전경련회장) 회장도 불구속 기소할 방침이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이태훈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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