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 가격전쟁 '2라운드'…홈플러스 "1000개 품목 10%인하"

  • 입력 2003년 3월 5일 19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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홈플러스 이승한사장
홈플러스 이승한사장
할인점업계 2위인 삼성테스코 홈플러스는 6일부터 인기 생필품 1000개 품목에 대해 가격을 평균 10%가량 인하한다고 5일 전격 발표했다. 이에 대해 롯데마트 등 대부분 할인점이 적극 대응키로 결정, 대형 할인점들의 가격 전쟁이 본격적으로 불붙기 시작했다.

홈플러스 이승한(李承漢) 사장은 이날 서울 중구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깜짝 행사와 달리 한번 내린 가격을 그대로 유지하는 신가격정책인 ‘프라이스 컷(price cut)’제도를 실시한다”며 “앞으로 대상 품목을 확대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종류별로는 잡화 570, 생활용품 300, 의류 100, 신선식품 10가지 등으로 코카콜라 1.5ℓ형 제품을 현재 1180원에서 19.5% 인하한 950원에 파는 등 고객 선호도가 높은 제품이 주류다. 홈플러스는 이 제도와 마일리지 카드 제도를 통해 소비자들이 연간 500억원의 가격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이 사장은 “매출 규모를 늘려 전체 이익을 높이는 구조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뜻”이라며 “6개월 이상 이 제도를 준비해왔고 판매관리비 물류비용 등 운영비를 줄이는 시스템을 정착시켰다”고 말했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설립 3년 만에 연 2조450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500여억원의 순이익을 최초로 냈다.

한편 업계는 홈플러스의 이번 조치가 불러올 파장을 주시하고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 하지만 첫 반응은 역마진 및 제로마진 등 출혈을 감수해야 하는 이번 조치가 무리한 투자라는 회의적 시각이 많았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박리다매는 할인점의 원칙인데 이보다 더 낮추면서 무슨 자금으로 출혈 경쟁을 시작하는지 모르겠다”면서 “협력업체의 손해 없이 감당할 수 있겠느냐”라고 밝혔다.

신세계 이마트 관계자 역시 “시장 포화를 앞두고 주도권을 쥐기 위해 승부수를 띄운 것 같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2004년 말 할인점이 350개로 포화상태가 되며 올해부터 구조조정이 시작될 것으로 전망해 왔으며 예상대로 올해 초 롯데마트 해운대점이 문을 닫았다.

일단 업계에서는 ‘최저가’ 이미지가 할인점의 가장 중요한 경쟁력이어서 홈플러스와 겹치는 품목에 대해 가격을 내리지 않을 수 없다고 입을 모았다.

특히 홈플러스의 최대주주인 영국의 테스코가 같은 전략으로 영국 유통업계의 강자로 떠오른 바 있어 서둘러 대책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는 것.

이미 롯데마트는 이날 긴급 회의를 갖고 홈플러스가 내린 품목에 대해 홈플러스 하락 폭에다 추가로 가격의 최대 10%를 더 할인하기로 결정했다. 또 그랜드마트도 현행 최저가 신고보상제의 보상 규모를 현행 차액의 2배에서 3배로 늘렸으며 이마트 까르푸 월마트 등 다른 대형 할인점도 6일부터 점별로 대응하기로 했다.

이헌진기자 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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