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통업체 '카드형 상품권' 선호하는 까닭은…

  • 입력 2003년 2월 27일 18시 40분


이라크전쟁 위기 등으로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와중에도 유통업체들에 뜻밖의 수입원 노릇을 해주는 ‘효자’가 있다. 바로 ‘기프트카드’(일명 PP카드)라고 불리는 카드형 상품권.

10만원짜리 카드형 상품권으로 8만9000원짜리 물건을 사면 카드의 마그네틱 정보에 1만1000원이 남게 된다. 이 ‘자투리’ 금액은 나중에 다시 사용할 수 있지만 소비자가 잊고 쓰지 않는 경우가 왕왕 생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26일 “최근 이 자투리 금액을 두고 유통업체와 소비자, 주(州)정부가 싸움을 벌이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자투리 잔액은 연간 20억달러로 추정된다. 연간 발행되는 카드형 상품권 액면가의 5∼10%에 해당한다.

카드형 상품권 발급 대행업체인 ‘모너리스 솔루션’사는 유통업체를 고객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자투리 돈은 고스란히 수익이 됩니다”라는 광고전단을 제작했다. 종이 상품권은 거스름돈을 고객에게 현금으로 줘야 하지만 카드형 상품권에 남은 거스름돈은 유통업체가 챙기면 된다는 것.

미국 주정부 중 상당수는 카드형 상품권에 남아 있는 금액을 ‘분실자산법’에 의거해 소비자에게 돌려줘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이 법을 지키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수표나 신용카드와 달리 상품권을 사면서 개인정보를 남기지는 않기 때문. 또 이전(移轉)이 흔해 상품권의 주인을 알아내기가 힘들다. 이 때문에 분실자산법의 대상에서 카드형 상품권을 제외해야 한다는 유통업체들의 로비도 치열하다.

또 다른 싸움은 카드의 ‘만기’.

반스앤드노블스(서점), 스타벅스(커피숍) 등은 카드형 상품권이 발급된 지 12개월이 지나도 사용하지 않으면 매월 1.5달러씩 수수료를 물린다.

10달러짜리 카드형 상품권을 가지고 있다가 13개월 뒤에 쓰면 8.5달러어치만 사용할 수 있는 것. 카드 발급 등 운영비용을 충당하기 위한 것이라는 설명이나 분실자산법이 엄격하게 적용될 때를 대비한 측면도 있다.

이 때문에 몇몇 주에서는 소비자단체들을 중심으로 카드형 상품권의 만기 적용을 불법화해야 한다는 여론도 일고 있다.

김승진기자 sarafin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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