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은행 심훈행장, 자사주 自費매입 “투자자 신뢰 높아져"

  • 입력 2003년 2월 19일 18시 48분


부산은행 심훈 행장(62·사진)이 지난해부터 자사주를 꾸준히 매입해 증시에서 화제가 되고 있다.

사는 물량은 고작 수백주에서 수천주. 어떤 회사에 애착을 갖고 돈 생길 때마다 조금씩 주식을 사들이는 전형적인 소액투자자의 모습이다.

증시에서는 이에 대해 “은행의 수장이 자기 회사 주식에 애정을 갖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투자자로부터 큰 신뢰를 얻었다”며 좋은 평가를 내린다.

▽심 행장의 자사주 매입〓심 행장이 갖고 있는 부산은행 지분은 그다지 많지 않다. 보유 주식은 3만3000주로 전체 주식의 0.02% 정도. 최근 주가로 따지면 총액은 1억6000만원을 겨우 넘는다.

그러나 전문가들이 높게 평가하는 것은 심 행장의 주식 규모가 아니라 주식을 사는 태도다. 그는 취임 직후인 2000년 8월 부산은행 주식 2만주를 주당 1640원에 사들인 이후 조금씩 꾸준히 주식을 사 모았다. 어떨 때는 400, 500주도 사고 어떨 때는 2000주도 샀다. 자신의 돈으로 꾸준히 근무하는 은행에 투자한 셈.

▽평가〓수익률만 따져도 심 행장은 성공한 투자자로 평가받는다. 취임 초기 사들인 2만주는 배당까지 감안하면 최근 원금이 세 배 가까이 불었다. 주가가 많이 올랐던 지난해 4∼6월 사들인 주식은 별 재미를 못 봤지만 전체 수익률은 100%를 넘는 것으로 추정된다.

전문가들은 심 행장의 투자 방식에도 비교적 후한 점수를 준다. 우선 자신이 가장 잘 아는 회사에 투자했다는 점, 그리고 한 번에 몰아서 사기보다 돈 생길 때마다 꾸준히 투자했다는 점을 높게 평가한다.

그는 취임 이후 부산은행의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하며 한때 800원까지 폭락한 이 은행의 주가를 최근 4000원대로 끌어 올렸다.

심 행장의 자사주 매입은 투자자에게도 큰 신뢰를 줬다. 주가가 오르면 주식을 팔아 이익을 챙기는 오너가 적지 않은 판에 전문경영인이 자기 돈을 들여 꾸준히 자사주를 사들였기 때문.

투자자들이 ‘회사에 대해 가장 잘 아는 경영인이 주식을 살 정도라면 이 회사 주가는 지금 저평가 상태’라고 생각하게 만드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었다.

대학투자저널 최준철 발행인은 “부산은행은 외환위기 이후 닥친 위기를 잘 극복해 최근 우량은행으로 탈바꿈했다”며 “심 행장의 자사주 매입은 은행 경영에 대한 자신감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심훈 행장 자사주 매입 내용
연도매입한주식
2002년4월 8일2,000
9일1,000
5월 3일1,000
6월 4일2,200
5일1,000
26일500
27일 900
2003년1월 3일400
2월 6일1,000
지난해 6월 4일 매입한 2200주는 신주인수권부사채 권리 행사한 것 자료: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이완배기자 roryrer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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