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 세금업무에 허리휜다…상의 "담당기관 통합 필요"

  • 입력 2003년 1월 27일 18시 06분


자동차업체 A사는 매년 3∼4월이 되면 세금 납부 문제로 골치가 아프다. 법인세 납부는 그렇다 치고 지방세인 주민세 납무 업무를 위해 아예 전담직원을 배정해야 한다. 법인세의 10%인 주민세를 전국 600여개 영업점별로 쪼개 계산한 뒤 각 지방자치단체에 납부해야 하기 때문이다.

국세와 지방세 징수비용 비교
징수액세무공무원수1인당 징수액
국 세 95조7928억원 1만4698명 65억2000만원
지방세 27조983억원 1만1695명 23억2000만원
2001년 기준. 자료:국세청, 행정자치부

A사는 작년 국세청 세무조사와는 별개로 각 시도 지자체로부터 지방세 세무조사를 15번이나 받았다. 영업점에 대한 세무조사도 만만하게 볼 게 아니다. 영업이익과 법인세 납부실적 등 그룹 전체의 경영자료는 물론 경우에 따라선 5년 전 자료까지 요구한다.

이원화된 현행 징수행정이 초래한 부작용들이다.

A사 관계자는 “피하고 싶은 게 세금이라고 하지만 세금 내기는 더욱 힘들다”고 털어놨다.

▽납세자에겐 그저 ‘세금’일 뿐〓현행 징수제도에 따르면 법인세 부가가치세 등 국세는 국세청이 거두고 주민세 종합토지세 등 지방세는 각 지자체가 징수하고 있다.

법인세는 본점이 속한 세무서에 일괄 납부하면 되지만 법인세에 붙어 있는 주민세 등 지방세는 각 영업점이 있는 구청 시청에 따로 내고 신고해야 한다. 물론 세무조사도 따로 받아야 한다. 자동차업체인 A사의 경우 100여곳에 이르는 지자체에 지방세를 납부하고 있다.

2001년 법인세 50억원을 환급받은 해운업체 B사는 주민세를 되돌려받기 위해 100여곳의 지자체에 환급청구서를 만들어 제출해야 했다.

분리 징세에 따른 비용낭비도 녹록치 않다. 토지 관련세의 경우 동일한 토지에 대해 국세청은 양도소득세를, 지자체는 종합토지세를 부과하기 때문에 각자 토지대장을 따로 만들고 관리한다.

대한상공회의소 이경상 경제정책팀장은 최근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부가가치세 등 국세의 일부를 지방세로 이전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과 관련해 “이는 오히려 기업들에 더 큰 부담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조세청을 만들자〓대한상의는 27일 현행 국세청을 영국이나 프랑스처럼 조세청으로 확대 개편, 국세와 지방세를 함께 걷는 게 바람직하다고 주장했다. 단일기관이 세금을 부과하고 징수하면 정부의 세원관리와 징수비용도 줄이고 세금을 내는 기업도 편해질 것이라는 취지.

상의에 따르면 프랑스는 한국의 국세청에 해당하는 조세국(DGI)에서 국세와 지방세를 일괄적으로 징수하고 있고 영국도 중앙정부가 지방세를 거둔 뒤 지방의 인구에 따라 징수액을 배분하고 있다.

이강운기자 kwoon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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