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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월 21일 18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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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금 무이자 융자는 말 그대로 계약자가 은행에서 중도금 대출을 받아도 완공 때까지 이자를 물지 않는 것. 명목상으로는 시공사가 대신 내주는 것으로 돼 있지만 분양가에 이자가 포함돼 있기 마련이다.
소비자로서는 계약금만 내면 입주 때까지 추가 비용이 들지 않아 선호했다. 건설회사도 분양률을 높일 수 있어 적극 채택했다.
문제는 정작 아파트가 완공되면 계약자들이 대거 해약을 해 버리는 것. 건설회사로서는 건축비용이 모두 투입된 상태에서 대규모 미분양 물량을 떠안을 수밖에 없다. 따라서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덤핑 가격’에 다시 분양하고 있다. 최초 분양가 이하에서 팔리는 새 아파트는 주변 집값을 끌어내리게 된다.
아파트 분양률 하락→분양가 과다 인하→주변 집값 하락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는 셈이다.
▽역효과 난 ‘무이자 융자’〓아파트 해약은 주로 경기 용인시에 분양된 대형 아파트에 집중돼 있다. 이유는 완공이 됐는데도 집값이 오르지 않기 때문.
중도금 무이자 융자를 받은 계약자 가운데 상당수는 완공과 동시에 분양권을 되팔겠다는 생각이다. 통상 아파트는 입주하면 가격이 오르기 마련이다.
하지만 최근 집값이 약보합세를 보이는 데다 용인 지역은 워낙 대형 평형이 많이 공급돼 완공이 돼도 분양가를 넘지 못하는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여기에 입주 이후에는 그간 유예됐던 중도금 이자를 내야 하기 때문에 아예 계약을 해지해 버리는 것.
은행 대출이 깐깐해진 것도 해약이 느는 원인. 아파트 완공 이후에는 중도금 대출을 주택담보대출로 전환하게 된다. 이때 금리가 소폭 오르거나 대출금 일부를 상환해야 한다.
전세 수요 감소도 입주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부동산 시세 조사업체인 유니에셋에 따르면 용인 지역 50평형 이상 아파트 전세금은 최근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전세 수요가 많으면 세를 놓은 뒤 집값이 오르기를 기다리면 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힘든 형편이다.
더구나 대형 평형은 관리비가 높아 전세 수요가 별로 없다.
▽최고 6000만원 할인〓해약이 늘자 건설회사들이 바겐세일에 들어갔다. 두산건설은 수지읍 상현동에 지은 아파트값을 최고 6000만원까지 낮춰 재분양하고 있다. 작년 9월 완공한 이 아파트는 552가구 가운데 200여 가구가 남아 있다.
인근 금호2차아파트도 분양가의 90%까지 2년간 납부를 연기해 준다. 그간 발생하는 이자는 회사측이 떠안는 조건이다.
수지읍 성복동 벽산첼시빌도 분양가의 60%를 1년 뒤에 내도록 하고 있다. 최초 분양 때보다 2500만원가량 할인해 주는 셈.
죽전택지개발지구 안에 있는 롯데죽전빌리지도 잔금 1억5000만원을 1년6개월 뒤에 내도록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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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정기자 ko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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