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출-제조업체 환율 비상

  • 입력 2003년 1월 20일 18시 22분


올 들어 미국 달러화의 가치가 주요국 통화에 대해 15%가량 떨어지면서 원-달러환율 추가 하락(원화가치 상승)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원-달러환율 하락세가 한국의 경쟁력이나 주식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우려만큼 크지는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일부 종목의 주가는 환율 변화에 따라 명암이 엇갈리겠지만 달러화 가치 하락이 작년부터 예견된 만큼 부정적 효과는 오래가지 않는다는 것.

▽대외경쟁력과 주가지수에는 영향 적어〓삼성증권 김승식 부장은 “과거 정부가 원화 가치를 달러화에 연동했을 때는 달러화 약세가 곧 엔화 강세와 한국 제품의 가격경쟁력 강화를 뜻했지만 환율제도가 바뀌면서 이런 효과는 사라졌다”고 말했다.

대우증권 김영호 연구위원은 “최근 원-달러 하락은 한국 경제보다는 미국 경제의 펀더멘털 요인에서 비롯됐다”고 분석한다.

원화 강세가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 개선 때문이라면 원-달러 환율과 함께 원-엔환율도 떨어져야 한다. 하지만 올 들어 원-엔환율은 큰 변화가 없었다. 원화는 강세로 가더라도 대(對)일본 가격경쟁력에는 변화가 없다는 뜻이다. 김 연구위원은 “중국처럼 환율 통제가 심한 나라에 대해서는 경쟁력이 약화되겠지만 대부분 저가 수출품에 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요컨대 외환위기 이후 원화 가치 결정 메커니즘이 달러화 의존 일변도에서 벗어났고, 최근 원화 강세의 진앙이 미국인 점을 감안할 때 한국 기업의 대외경쟁력에는 큰 변화가 없다는 지적.

김 연구위원은 “달러화나 원화가치 변동과 주가는 일정한 관계가 없다”면서 “달러화 약세(원화 강세)하에서도 한국과 미국 주가는 얼마든지 오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기업 채산성과 개별종목 주가에는 영향 커〓원화 강세는 일부 기업의 채산성에는 적지 않은 영향을 주게 된다. 특히 경기둔화와 원화강세가 겹치면서 수출기업들은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을 전망.

한국은행에 따르면 원-달러환율이 1% 떨어질 때 채산성은 제조업체들이 0.7%, 수출기업은 1.57% 악화한다. 삼성증권이 50개 주요기업을 대상으로 추정한 결과 원-달러환율이 1150원으로 하락하면 제조업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2.2%, 8.8% 떨어진다.

LG투자증권 신현호 연구원은 “영업측면에서 원재료 수입비중이 높고 수출비중이 낮은 음식료 철강 비철금속 제지 항공 등의 업종이 원화 강세에 따라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증시 종목으로는 농심 하이트맥주 삼양제넥스 CJ 아세아제지 수출포장 동국제강 포스코 INI스틸 대한항공 등이 있다. 영업 외적으로는 달러 표시 부채가 많은 항공 해운 철강 등 업종의 대한항공 한진해운 현대상선 SK 등이 경상이익 개선 효과를 볼 것으로 전망했다.

원-달러 환율 하락시 주요기업 수익증가율(단위:원)
종목영업이익경상이익
삼성전자-6.0-5.6
삼성전기-16.9-8.3
LG전자-9.1-8.5
LG화학-6.0-6.2
현대차-9.6-9.7
포스코+0.9+12.4
SK+51.3+32.8
CJ+3.2+10.9
동아제약+0.8+1.9
효성-6.1-11.0
제일모직-2.8-3.8
대한항공+9.9+48.5
한국전력0.0+14.1
한진해운-24.6+78.8
올해 원-달러 환율이 평균 1200원(연말 1150원)에서 평균 1150(연말 1100원)으러 하락한다는 가정 아래 예상 수익 변화율임. 자료:대우 증권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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