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올 경제 운용방향]7%성장 盧공약 사실상 폐기

  • 입력 2003년 1월 8일 18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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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8일 발표한 ‘2003년 경제운용방향’은 현 정부 경제팀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조율을 거친 뒤에 나온 경제운영 청사진이다. 이에 따라 형식상으로는 현 정부가 발표했지만 차기 노무현(盧武鉉) 정부의 경제정책이 상당부분 반영돼 있다.

정부는 이번 경제운용방향에서 ‘성장잠재력 확충’과 함께 ‘더불어 사는 사회건설’을 강조하고 있다. ‘성장’과 ‘분배’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뜻이다.

그러나 서로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이 두 가지 요인을 어떻게 충족시킬 수 있을지에 대한 구체적 방안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또 모호한 표현으로 해명하긴 했지만 노무현 대통령당선자가 대선 과정에서 공약한 ‘7% 경제성장’은 현실적으로 무리라고 보고 사실상 ‘폐기’한 점도 눈에 띈다.

▽올해 5%대 경제성장 전망=노 당선자는 대선 공약에서 ‘7% 성장론’을 내놓았다. 그러나 8일 경제장관회의에서는 “정부의 계획대로 경제운영이 잘 됐을 경우 올해 성장률이 5%대에 이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큰 부작용을 감수하지 않고는 노 당선자의 성장 공약을 달성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경제관료들의 공통적 시각이다.

정부는 대신 기업의 경영여건을 획기적으로 개선하고 과학기술 투자를 늘려 한국경제가 장기적으로 7%대의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체질을 만들어 간다는 데 무게를 두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직접적인 규제는 최대한 시장의 자율적인 규율에 맡기고 규제가 필요한 경우에도 사회적 비용이 가장 적게 들도록 조정할 방침이다. 기존 규제에는 ‘일몰제’를 도입하고 정기적으로 존폐 여부를 검토하기로 했다.

투자활성화의 핵심 가운데 하나인 외국인투자유치를 위해서는 각종 경제적인 지원 혜택 외에 외국인을 위한 의료, 주거시설, 학교 등 생활여건을 개선할 방침이다.

그러나 차기 정부의 경제정책, 특히 대기업정책에 대한 경제계의 우려가 만만찮아 자칫하면 경기가 빠른 속도로 얼어붙을 가능성도 있다.

▽‘더불어 사는 사회’ 강조=주택 정책분야에서는 공약사항인 연간 50만가구 주택 건설 추진과 함께 수도권지역에 2, 3개의 신도시를 추가 건설한다는 대목이 가장 눈에 띈다. 이와 별도로 서민층의 주거안정을 위해 올해 안에 국민임대주택 8만가구를 포함해 총 15만가구의 공공임대주택을 짓기로 했다.

정부는 또 행정수도 건설을 위해 전문가가 참여하는 작업반을 구성하겠다고 밝혀 ‘행정수도 이전문제’도 본격적으로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삶의 질’을 개선한다는 차원에서 주5일 근무제 도입 문제를 마무리짓고 비정규직과 5인 미만 사업장까지 국민연금 사업장근로자 가입대상을 확대키로 했다. 또 최저생계비를 늘리는 등 취약계층에 대한 보호책도 강화했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육아휴직 급여를 올리는 등 여성의 육아부담을 줄이겠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김광현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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