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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3년 1월 7일 18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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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2년간 한국 증시에서 장기투자로 성공할 수 있었던 종목들은 자기 사업으로 꾸준히 돈을 벌고 투자자들에게 쉽게 손을 벌리지 않은 특징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이익금을 대주주에게 뜯기거나 일반주주들에게 나눠주지 않고 사업에 재투자하는 방식의 ‘외곬 경영’으로 시장경쟁력을 다져온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이런 기업을 잡았다 해도 장기투자의 성공이 보장되지는 않았다.
대세상승 기간이 갈수록 짧아지고 있어 기민하게 움직여야 장기보유의 이점을 누릴 수 있었다. ‘좋은 종목을 사두고 몇 년간 주식을 아예 잊는’ 느긋한 대응은 한국 증시에서는 통하지 않았다는 것.
▽장기투자 성공 종목들의 공통점〓굿모닝신한증권 리서치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1990년부터 2001년까지 12년 동안 주가 저점이 꾸준히 올라간 상장기업은 22개로 전체 상장기업 680개의 3.2%에 그쳤다. 이들 종목의 누적 주가상승률은 1201.6%. 주가가 12년간 한 해도 거르지 않고 매년 25%씩 오른 셈.
이들 종목은 네 가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첫째, 꾸준한 실적. 90년 이후 몇 차례의 불황기에도 소폭이나마 꾸준히 흑자를 냈다. 연간 순이익증가율은 평균 68.57%에 이른다.
둘째, 무분별한 증자를 하지 않았다. 그 결과 주당순이익(EPS)이 계속 증가했다.
셋째, 이익금을 배당하기보다는 내부유보를 통해 사업에 재투자했다. ‘짠돌이 경영’을 통해 경쟁 잠재력을 보존해온 것.
넷째, 덩치는 크지 않더라도 경쟁력과 브랜드 이미지 면에서는 독점적인 지위를 구축해온 업종대표주였다.
▽한국적 장기투자 전략〓한국 증시의 대세상승 지속기간은 점점 짧아지고 있다. 1차 대세상승 기간은 85년 9월∼89년 3월로 3년7개월간이었으나 2차 대세상승(92년 8월∼94년 11월)은 2년4개월로 끝났다.
외환위기 이후엔 호흡이 더욱 짧아져 3차(98년 10월∼99년 12월)는 1년3개월, 4차(2001년 10월∼2002년 4월)는 6개월 만에 사그라졌다.
이처럼 순환이 빨라진 것은 한국 증시의 근간을 이루는 정보기술(IT) 산업의 업황 순환주기가 짧은 데다 국내증시를 쥐고 흔드는 외국인투자자들이 장기투자 중심에서 단기 모멘텀 투자 위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이런 흐름에서는 흔히 거론되는 장기보유(Buy & Hold)보다는 기민한 매매(Buy & Sell) 전략이 더 잘 통한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부장은 “장기투자를 하더라도 6개월 이상 보유하는 것은 실익이 없다”며 “주가하강 국면의 막바지에서 미리 들어가고 8분능선에서 판다는 기분으로 임해야 성공 확률이 높다”고 말했다.
| 한국증시의 장기투자 성공 종목 (자료:굿모닝신한증권) | |||
| 종목 | 누적 주가상승률 | 연평균순이익증가율 | 연평균 자본금증가율 |
| 유한양행 | 476.4 | 34.7 | 13.3 |
| 하이트맥주 | 359.3 | 67.7 | 18.5 |
| 삼일제약 | 66.3 | 50.9 | 3.0 |
| 동양제과 | 179.9 | 21.4 | 11.2 |
| 롯데삼강 | 511.4 | - | 6.4 |
| 금강고려화학 | 326.1 | 46.4 | 8.0 |
| 태평양 | 705.2 | 46.1 | 0.0 |
| 남양유업 | 1718.8 | 51.9 | 0.0 |
| 신세계 | 603.7 | 64.5 | 13.9 |
| 농심 | 701.0 | 45.4 | 18.5 |
| 롯데제과 | 1220.8 | 29.5 | 0.0 |
| 롯데칠성음료 | 2011.3 | 296.4 | 0.0 |
| 포스코 | 351.5 | 32.6 | 0.5 |
| 삼성전자 | 1253.8 | 159.3 | 14.2 |
| 대덕전자 | 561.8 | 46.4 | 9.1 |
| 율촌화학 | 194.4 | 112.5 | 11.7 |
| 한국전기초자 | - | - | 8.8 |
| SKT | 9037.4 | 57.3 | 5.5 |
| 대덕GDS | 523.2 | 43.7 | 7.7 |
| 한섬 | - | 36.1 | 31.8 |
| 대원제약 | - | 49.4 | 18.1 |
| 삼성화재 | 1996.6 | 79.2 | 8.8 |
| 22개종목평균 | 1201.6 | 68.57 | 9.5 |
| ①90년 1월3일~2001년 12월28일 기준. ②90년 이후 상장하거나 적자를 한 번이라도 낸 경우는 제외. | |||
이철용기자 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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