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권 아파트 시장 ‘요동’

  • 입력 2002년 12월 23일 17시 40분


《“저도 사드리고 싶죠. 그런데 1000만원을 더 줘도 판다는 사람이 없는데 어떡합니까.” “그쪽은 어때. 노무현(盧武鉉) 후보가 당선된 뒤에 아파트 사달라는 사람 좀 있어? ‘우르르’ 몰려온다고?” 21일 오후 6시경 대전 서구 둔산동 크로바아파트 단지 안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아파트를 사달라는 주문으로 사무실을 비울 수 없었다는 공인중개사가 전화로 주고받는 통화 내용이다. 10분 동안의 짧은 인터뷰 중에도 매수 문의는 10통이 넘었다.》

노무현 민주당 후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 뒤 충청권의 부동산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노 당선자가 내걸었던 행정수도 이전 공약이 현실화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 특히 행정수도 후보로 거론되는 지역에서는 아파트 매물이 사라지고 분양권 프리미엄이 치솟는 등 투기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대선 이틀 뒤인 21일 행정수도 이전 후보지로 꼽히는 충청권의 대전과 충남 천안 부동산 시장을 둘러봤다.

▽서울 번호판 고급승용차 줄지어〓둔산동 크로바아파트는 대전에서도 손꼽히는 특급 주거단지. 올해 초 57평형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는 3억원 정도였으나 수요가 부쩍 늘면서 최근 3억3000만∼3억5000만원까지 올랐다. 특히 대선 이후 매수문의가 폭증하면서 매물이 사라진 상태.

주변 지역 부동산 중개업소에도 투자자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대전 외곽의 ‘복수 지구’에 분양 중인 아파트 ‘현진에버빌’은 계약률이 70%에 그쳤으나 대선 이후 모델하우스를 찾는 사람이 2∼3배로 늘었다. 계약률도 80%를 넘어섰다. 만년동 초원아파트 23평형은 9200만원에서 대선 이후 9500만원으로 올랐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대전 인근 유성지구가 유력한 후보지라는 소문이 돌면서 서울 경기 등 수도권 투자자의 매수문의가 크게 늘었다”고 설명했다.

충남 천안시 불당지구 주변 부동산 중개업소에서도 서울과 경기 일대에서 온 고급 승용차들이 눈에 많이 띄었다. 불당지구 내 34평형 아파트의 분양가는 1억3500만∼1억4700만원. 분양권 프리미엄은 평균 1500만원이었으나 노 후보 당선 이후 추가로 200만∼300만원 올랐다.

▽토지시장은 아직 잠잠〓불당지구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조성 중인 아산신도시(800만평)도 행정수도 후보지로 꼽히는 곳. 경부고속철도 역세권, 고속도로 인접지역이라는 뛰어난 교통여건을 갖추고 있다.

하지만 인근 ‘21세기 부동산뱅크’ 관계자는 “아직까지 ‘행정수도 이전 공약’에 따른 특수(特需)의 열기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했다.

이곳 임야와 전답 등은 도로와의 거리에 따라 평당 30만∼500만원 선이다. 이는 올해 초보다 2배 이상 오른 가격이지만 지난달 주변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되면서 거래가 뚝 끊겼다.

토지는 아파트에 비해 현금으로 바꾸기 어렵고 수도 확정에 따른 불확실성이 크기 때문이다. 행정수도로 확정된 곳에 땅을 사더라도 청사 등이 들어서는 지구 안에 있으면 공시지가대로 수용당한다.

현지 공인중개사들은 “대형 건설업체에서 충남 천안, 대전 대덕 등에서 아파트 분양을 앞두고 있고 충청권 지방자치단체도 본격적으로 행정수도 유치전에 나서면서 땅값이 오를 가능성은 남아 있다”고 전했다.대전·천안〓차지완기자

marudu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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