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드피플]이상진 차장 “금융광고 돈냄새 나면 거부감 생겨”

  • 입력 2002년 12월 16일 17시 44분


“금융회사 광고에 돈 냄새를 풍기면 절대 안 되죠.”

월콤 캠페인 2팀 이상진(李相振·30·여·사진) 차장은 지난 6년간 금융회사 광고를 담당해온 노하우를 이렇게 압축했다.

월콤의 금융 담당 광고기획자(AE)인 이 차장은 1996년부터 지금까지 하나은행의 ‘마이 머니 네트워크(My Money Network)’ 광고 캠페인을 이끌고 있다.

이 광고는 여러 그루의 나무로 성장하는 은행과 커지는 고객 재산을 나타내 호평을 받았다.

금융회사의 광고는 고객 돈을 안정적으로 불려준다는 이미지를 위해 보통 차분하고 무거운 것이 일반적이다. 하지만 이 차장은 이들 광고를 꼼꼼히 살펴보면 국내 금융산업이 얼마나 빠르게, 또 거세게 변화하고 있는지 읽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흐름을 따라가려면 수시로 금융 산업에 대한 국내외 자료를 살펴보고 ‘탐정’처럼 시장과 광고주, 소비자들의 마음을 조사해야 합니다.”

이 차장은 이를 위해 보스턴컨설팅 등 세계 유수 컨설팅회사들의 금융 산업 보고서나 외국 은행 홈페이지에 나온 주요 금융 서비스를 상세히 메모해둔다.

영문학과를 졸업한 그에게 방카슈랑스(은행과 보험사가 서로의 영업망을 이용해 양쪽의 금융상품을 동시에 취급하는 것)나 원스톱뱅킹(한 금융기관에서 모든 개인 금융업무를 처리하는 것)도 이제 더 이상 낯설지 않다.

하지만 이 차장에게도 금융업계 광고주들은 쉽지 않은 존재들이다.

“남의 돈을 만지는 만큼 신중하고 보수적이죠. 하지만 저는 이들을 사랑해요. 이들의 열정이 고객들의 이익으로 돌아가니까요.”

다른 업종이지만 광고주에 대한 그녀의 애정은 실제 본인의 사랑, 그리고 결혼으로 이어지기도 했다. OB맥주를 담당할 당시 그 회사 광고담당자와 소비자 조사를 다니다 결혼에 골인한 것.

이 차장은 “최근 금융회사의 광고가 빅 모델에 의존하고 있지만 현명한 소비자라면 그 광고 속에서 회사의 철학이나 구체적인 금융 혜택을 찾아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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