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의 양은도시락 사랑의 릴레이”

  • 입력 2002년 11월 27일 16시 58분


'도시락에 사랑을 담아 보내세요' KTF 홍보실 직원들이 수거된 사랑의 도시락을 정리하고 있다. - 권주훈기자
'도시락에 사랑을 담아 보내세요' KTF 홍보실 직원들이 수거된 사랑의 도시락을 정리하고 있다. - 권주훈기자
27일 오전 서울 강남구 대치동에 있는 KTF 본사. 인텔리전트 빌딩 속 첨단 컴퓨터 책상 위로 찌그러진 양은도시락이 릴레이를 하고 있었다.

사회복지법인 굿네이버스(옛 한국이웃사랑회·회장 이일하)가 15일부터 시작한 ‘결식아동 돕기 사랑의 도시락 릴레이 운동’ 행사에 참가한 400여명의 직원들은 양은도시락을 받아들고 잠시 추억을 회상하듯 살펴보며 한푼 두푼 작은 정성을 보탰다.

도시락 릴레이는 결식 아동의 사연과 사진이 담긴 도시락을 받은 직원이 한 끼 밥값인 2500원 또는 그 이상을 넣고 옆자리 동료에게 전달하는 방식.

굿네이버스는 지난해 겨울 행사를 처음 시작해 8000여만원을 모았고 2년째인 올해도 모금액 전액을 전국 16만4000명의 결식 아동을 돕는 데 쓸 계획이다.

양은도시락이라는 특별한 모금 수단 덕분에 참여자들의 반응도 매우 좋다. 이날 오전 모금이 진행되는 동안 사무실 여기저기서는 도시락에 얽힌 추억담이 꽃을 피웠다.

“어머니는 우리 4남매와 유학 온 친척 등 학생 8명의 점심과 저녁을 위해 매일 아침 16개의 도시락을 만드셨습니다. 막내인 저에게는 특별히 계란프라이를 밥 아래 깔아주셨는데 큰 형이 가끔 제 도시락을 가져가 싸우기도 많이 했죠.”(판매기획팀 구강본 과장·31세)

같은 팀 권희근 과장(32)은 “내가 낸 2500원으로 결식 어린이가 한 끼를 배불리 먹을 수 있다니 마음이 뿌듯하다”고 말했다.

도시락 뚜껑 아래 사진과 함께 쓰인 소년소녀 가장 현정이(가명·12·여)의 사연은 보는 이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현정이는 여섯살 때 아버지를 잃고 어머니마저 가출한 뒤 두 살 아래 동생과 학교에서 주는 급식 한 끼로 하루끼니를 때운다. 겨울방학 기간 중에는 학교급식마저 없다.

강남데이터영업팀 오현정씨(26)는 “아직도 우리 주위에 밥을 거르는 어린이가 있다는 현실을 팀원 모두가 공감하는 뜻 깊은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KTF는 다음주 수요일 전국 171개 지점에서 릴레이를 계속할 계획. 필립스LCD 고려상사 등 크고 작은 기업 15곳도 참가를 약속해 기업에서 기업으로 릴레이가 이어지게 된다.

굿네이버스 류해선 팀장은 “어려운 환경에서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힘을 줄 많은 분의 참여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행사 참여 및 참여 신청 문의는 02-338-0048.

신석호기자 kyl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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