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권희 월가리포트]'성공신화' 찰스왕은 떠나고…

  • 입력 2002년 11월 20일 17시 31분


미국 컴퓨터어소시에이츠(CA) 찰스 왕 전 회장(58)과 산자이 쿠마르 회장(40)의 세대교체는 아시아 이민자의 삶이란 측면에서 흥미롭다. CA사는 전세계에 1만6000명의 종업원을 두고 있고 마이크로소프트, 오라클에 이어 소프트웨어 분야에서 세계 3위 업체다.

18일 CA의 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된 쿠마르는 스리랑카 콜롬보 출신이다. 14세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온 그는 고교 시절부터 컴퓨터에 빠져 살았다. 의과대학을 그만두고 재고관리회사를 차리기도 했다.

컴퓨터 소프트웨어(SW) 개발회사인 UCCEL에서 개발업무를 맡고 있던 중 1987년 이 회사를 사들인 CA의 왕 회장에게 발탁돼 이 회사 사장이 된다.

그로부터 7년 뒤 32세의 쿠마르는 모기업인 CA의 2인자로 기용됐다. 이어 2000년엔 CEO로 발탁돼 실질적인 경영을 모두 맡아왔다. 지난 몇 년간 분식회계 의혹과 고객 서비스 불만 등으로 적지 않은 비난을 받아온 CA의 변신작업은 쿠마르 회장에게 맡겨졌다. CA의 주가는 19일 14.79달러. 2000년 초 75달러 수준에 비하면 5분의 1로 떨어진 상태다.

중국 상하이 출신의 찰스 왕은 ‘아시아계 미국인의 성공 스토리’로 널리 알려진 인물. 중국 공산화 직후 판사 출신인 부친을 따라 1952년 미국으로 이민왔을 때 그는 여덟살이었다. 왕은 SW 개발과 판매 일을 하다가 1976년 친구 세 명과 함께 CA사를 차렸다. 그 뒤 10여 차례의 기업인수합병(M&A)을 통해 회사 몸집을 불려나갔다. 수십억달러짜리 인수건도 여러 차례 있었다. 이 과정에서 ‘거침없고 잔인한 인수자’라는 평판을 듣기도 했다.

자수성가한 억만장자인 왕이 갖고 있는 CA 주식(재단 보유분 제외)은 1990만주로 주가가 많이 떨어진 현재도 3억달러에 이른다. 경영을 떠난 그는 자선사업에 전념할 계획. 이미 언청이질환 어린이를 무료로 수술해주는 ‘스마일 트레인’과 미아찾기운동 등 사회사업으로 유명하다. 최근 뉴욕주립 스토니브룩대학에 4억달러를 기부하기도 했다.

뉴욕 증시는 한산하다. 주가 움직임은 밋밋하고 거래량도 많지 않다. 투자자들의 눈길이 쏠리는 곳은 다음주에 나올 경제지표들과 상황이 어떻게 변할지 모르는 이라크 쪽이라고 월가 사람들은 말하고 있다.

홍권희기자 konihong@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