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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02년 11월 19일 18시 0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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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투자에도 계절이 있다.
아무리 괜찮아 보이는 종목도 제철이 아니면 외면당한다. 별 볼 일 없는 종목도 한번쯤은 주목을 받기 마련이다.
기업실적이 잇따라 발표되고 내년 경제 및 사업 전망이 쏟아져 나오는 이맘때는 한번쯤 차분히 증시의 풍향을 살펴보는 것이 좋다.
증시 전문가들의 얘기를 종합해보면 올해 투자자들의 겨울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다만 내년 봄에는 꽃소식이 전해지리라는 전망은 한결같다.
겨울은 경기방어주로 타고 넘고 내년 봄에는 정보기술(IT)주에 승부를 걸라는 주문이다.
▽투자의 계절성〓메릴린치의 투자시계 모형(그림)은 증시가 경제성장 및 물가상승률 전망에 따라 순환한다는 데 착안해 증시의 계절성을 풀어낸다. 일본의 무라카미 구미오(浦上邦雄)는 금리와 실적 변동을 기준으로 증시의 호흡을 읽었다.
하지만 요즘 장세는 이런 고전적인 도식이 맞아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 이종우 미래에셋운용전략센터 운용전략실장은 “지금 주가에 결정적인 변수는 금리나 물가가 아니라 경기 전망”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경기가 바닥권인 것은 분명하지만 바닥이 지났는지 여부와 안 지났다면 언제쯤 지날지가 불분명해 종목 선택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한다.
최근 외국인이 매수 타깃을 삼성전자에서 화학주와 전력가스주로 옮긴 것은 포트폴리오를 경기방어주 위주로 재편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미래에셋증권 이정호 투자전략팀장은 “방향성을 잃은 가운데 그동안 주가가 많이 떨어진 종목에 손을 대는 정도”라고 본다.
▽증시의 봄, 오긴 온다〓이정호 팀장은 “미국의 거시지표로 볼 때 실물경제의 바닥은 내년 2·4분기쯤 올 것 같다”고 내다본다. 주가의 선행성을 감안해도 증시가 좋아지려면 내년 봄은 돼야 한다는 얘기다.
내년 봄에 경기민감주, 특히 IT주식이 한바탕 시세분출을 할 것이라는 데 여의도 고수들은 거의 확신을 갖고 있다. 굿모닝신한증권 정의석 부장은 “경기 전망으로 봐도 그렇고, 그때쯤이면 대통령선거가 끝나고 미국의 이라크 공격 윤곽이 드러나는 등 경제외적 불확실성도 걷힐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가슴 졸이며 기다린 만큼 바짝 달아오르긴 하겠지만, 지나고 보면 별 것 아닌 것처럼 느껴질 것”(이정호 팀장)이라고 평가절하하는 분위기이다.
▽올 겨울을 어떻게 날까〓정의석 부장은 “방향성이 없고 불확실성이 짙을수록 외국인의 영향력은 커진다”면서 “솔직히 앞으로 한두 달간은 외국인 순매수가 4일 이상 이어지는 종목을 따라 사는 것이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외국인 매매에 일관성이 없으면? 그때는 전력 가스 음식료 등 경기방어 업종에 묻으면 속이야 편하다는 것.
이철용기자 lcy@donga.com